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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나에게 개구장애가 왔어...

by 김핸디 2011. 9. 21.



털썩. 사랑니 발치 후 입이 안 벌어진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가끔 있는 현상이고, '개구장애' 라고 하는 병명이라고 한다. 진짜 윗니와 아랫니사이에 손가락 하나 넣을 정도로만 벌어져서, 식사는 계속 죽으로 하고 양치도 겨우겨우 하는 형편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니 보통은 3~4일, 심각한 사람들 보니 2주간 가는경우도 있다고들 한다. 헑. 2주씩이나...?

진짜 인간이 사랑니 하나 뽑았다고 이렇게 무기력해질수가 있는가 싶다. 말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소리도 못 지르고, 감탄사도 못 내뱉고, 전화가 와도 못받고, 밥도 못 먹고, 김치도 못 씹고, 양치도 제대로 못하고, 침도 쉽게 못삼키고, 입이 있어도 있는게 아니고, 혀가 있어도 있는게 아니며, 턱이 있어도 쓸 수 있는게 아니다.

하하하 하고 신나게 웃을 수 있는거, 양치하면서 자유롭게 윗니 아랫니 닦을 수 있는거, 하품하는거, 치킨 뜯는거, 노래방에서 노래부를 수 있는거, 속사포처럼 떠들어 댈 수 있는거 등등등... 내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생활의 풍경들이, 지금은 '한번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는' 소망들과 바람들로 점철되어만 간다. 맛있는거 먹고 싶다, 상쾌하게 양치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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