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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 임승수 지음/시대의창 |
흔히들 고전을 읽는다는건 '거인의 어깨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 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한 사람이 혼신을 다해 집필한 고전을 읽는다는건 가치있는 일이다. 그러나 '거인의 어깨 위' 로 올라가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어깨는 커녕 무릎까지 올라가다가도 번번히 미끄러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다면 어떡하지? 방법은 있다. 거인의 어깨위에 매달리는것이다. 어떻게? 이미 거인의 어깨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나는 맑스를 흠모한다. 그의 명저 <자본>의 일부만을 전해듣고도 나는 전율에 휩싸였다. 그리고 서점에 <자본>을 사러 들렸다. 그런데, 책을 몇 페이지 보다가 나는 하얗게 질리고야 말았다. 과연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어깨인것만은 분명해보였다. 그 때부터 나는 나를 도와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자본>을 언급하며 '풀어 쓴' 책들(<세계의 고전을 읽는다><철학콘서트>등)을 찾아가며 읽었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자본>은 너무도 올라서고 싶은 어깨였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도우미로 이진경을 택했다. 그의 책 <자본을 넘어선 자본>을 들고 다니며 며칠간을 씨름했다. 그렇지만 이진경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중반부까지감탄을 하면서 읽다가, 후반부에 다시금 하얗게 질려버리고야 말았다. 그런식으로 좌절하기를 몇 번.. 정말이지 맑스의 어깨는 나같은 범인에게는 너무도 높아만 보였다.
그리고 올 해, 드디어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드디어 거인의 어깨가 보인다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 책은 정말 쉽고 자세하다. 내가 띄엄띄엄 1,3,5,7,9로 알아오던 <자본>의 내용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관통할 수 있었다. 노동가치론과 M-C-M' 공식까지는 내가 익숙했던 부분이라 이 책의 효용가치를 인식할 수 없었지만, '잉여가치' 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상대적 잉여가치' '절대적 잉여가치' 독점을 통한 '특별 잉여가치' 까지. 머리속에 정리되기 시작하는 개념들에 슬그머니 미소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불변자본/가본자본의 비율인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과 '자본의 회전시간' 그리고 잉여가치(이윤)/불변자본+가변자본의 비율인 이윤율, 잉여노동시간/필수노동시간의 비율인 착취율등이 정말이지 머리속에 쏙쏙 박혀들어왔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맑스의 자본주의 분석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쉴 새 없이 '과연!' '역시!' '세상에!' 등등의 온갖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이 책을 읽어가고 있었다. 물론, 나의 이러한 깨달음 뒤에는 역시나 '원숭이도 이해할' 정도로 <자본>을 풀어놓은 저자 임승수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맑스 말고도 내가 올라서고 싶었지만 차마 올라설 수 없었던 수많은 다른 고전의 시리즈를 내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정도였다. (임승수씨, 원숭이도 이해하는 옥중수고나 원숭이도 이해하는 일차원적 인간등은 어때요? 시대의 창 출판사 사장님.. '원숭이도 이해하는'..이거 제발 시리즈로 갑시다T_T)
물론,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우미' 역할에 머무른다는것을 알고 있다. 진짜 맑스의 어깨위에 올라서려면 스스로 <자본>을 읽어내려가는 수밖에는 없으리라.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 책을 통해 칼 마르크스라는 거인의 어깨에 조금은 다가섰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언제 떨어져 나갈지 모르게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결코 맑스의 어깨를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어느때보다 자본주의 경제상황에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자본주의의 내면을 탁월하게 분석한 이 책을 통해 '경제위기' 가 아닌 '자본주의위기'의 핵심을 꿰뚫어보는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듯 싶다.
이런 책이야말로 정말이지 대학생 필독 추천도서가 되어야 한다. 맑스는 반드시 정복해야하는 거인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임승수는 우리를 거인의 어깨로 인도할 가장 친절하고 고마운 인도자일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책을 읽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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