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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힘내, 너는 열심히 살아왔잖아 <취업의 정답>

by 김핸디 2010. 10. 5.
취업의 정답 - 10점
하정필 지음/지형


  취업시즌도 어언 1개월이 지났다. 3군데 서류를 썼고, 3군데 모두 낙방했다. 상반기 인턴서류지원당시 지원했던 대기업과 공기업을 모두 통과했었고, 학교 언론고시반 입반지원이나 아르바이트 지원시에도 담당자로부터 '자기소개서가 인상적이었다' 라고 칭찬을 받았던 나이기에, 서류탈락의 충격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가장 큰 부작용은 역시 '내가 헛 살아온건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거였다. 스스로 <내가 좋은 100가지 이유>를 적어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줄 알았던 내가, 잘나지 않았을지언정 자부심이 아닌 자긍심을 가지려 노력했던 내가, 그렇게 한 순간에 바닥으로 한 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탈락, 탈락, 탈락, 고개는 쳐졌고 마음은 아팠다. 남들도 다 이렇게 힘들다잖아, 라고 위로해보았지만 슬픔은 보편화 시킨다고 해서 작아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기운이 빠져서 웃어도 웃는게 아닌채로, 방 구석에서 한숨을 내뱉곤 하던 요즘, 사랑하는 친구가 내게 힘내라며 이 책을 한 권 보내왔다. 취업의 정답. 너무 정직한 제목에 피식웃으며 '그래 그 정답이 뭔데?' 하며 읽어내려갔다. 자소서를 쓰다가 머리나 식힐 요량이었다. 그러나, 별 기대없이 읽은 책은 생각보다 자괴감으로 피멍 든 가슴 구석구석을 울리며 묘한 파장을 남겼다. 

  저자의 요지를 요약하면 '남들 다 가는 취업용 스펙에 목매지 말고 니 삶을 충실히 살아라, 그러면 그곳에서 분명 배우는 것이 있을것이고 그것이 어떤 스펙보다 취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너만의 강점이 될것이다' 라는 거였다. 책을 다 읽고, '아 그래 내 인생을 사는거야' 하고 주먹을 불끈쥐거나, '그래 이제 나는 머지않아 취업할거야' 라는 무조건적 희망을 품은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식으로 내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인생을 헛살은걸까, 싶었던 나에게 이 책은 너는 결코 인생을 헛살아오지 않았다 라는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밤낮으로 찾아 읽은 것, 혼자서 여행을 훌쩍 떠났던 것, 형이상학적 주제를 친구와 여름밤을 새며 이야기 나눴던 것, 간접경험을 쌓기 위해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며 타인의 감성에 아파하며 공감했던 것, 이 모든것이 스펙을 뛰어넘는 진정한 '취업의 정답' 이라고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나서 '나야말로 인재구만 왜 못알아보냐' 라는 분통을 터뜨리거나 '나 조만간 취업은 문제없겠구만' 하는 자신감에 가득찬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이 '너는 열심히 살아왔잖아, 그깟 취업문에서 몇 번 미끌어졌다고 너의 삶의 가치가 떨어지는건 결코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것 같아 고마웠다. 

  20여년을 살아오면서, 사람들의 호의를 얻었고 많은 공부를 했다. 매년의 끝마다 '작년보다 더 나은 나' 를 느끼며 행복할 수 있었다. 그래, 그거면 됐지 않은가. 내가 취업에서 낙방한다면 그건 나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와 맞지 않기 때문이지, 내 가치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위축된 청춘에 '니가 뭐 어때서, 기죽지마' 라고 소리쳐 응원해주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 이런 책을 누군가부터 선물받고 위로받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제법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듯 하다. 그래, 그래, 열심히 살았으니 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