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시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책설명회에 다녀왔다. 노회찬도 오는줄 알았는데 유시민만 와서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시민 아닌가. 그가 들려준 '내가 통합진보당에 있는 이유' 는 무척이나 찡하고 감동적인데가 있었다.
일단 그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좋은 정책을 많이 가진 정당인데 힘이 없어서 실행을 못한다' 라고 운을 띄웠다. 선거철도 아닌데, 자신이 나와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연설도 하는 이유는 통합진보당의 부족한 인지도 때문이라고.
한편,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우리가 많이 양보를 생각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우리보고 200개가 넘는 지역구중에 달랑 5개만 하라고 그러더라. 이것은 우리보고 당 간판 닫으라는거 아니냐.' 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요즘 안 그래도 진보개혁세력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게 통합민주당인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허탈하기도 했다. 야 이 치사한것들아, 원내교섭단체 만들 정도는 의석수를 줘야될거 아니냐. 아, 진짜 민주당 뭐하는 꼬라지인지 모르겠다. 도로 민주당이나 하려는건지...
유시민은 왜 자신과 정치를 함께했던 이해찬, 한명숙등과 달리 민주당에 있지않고 통합 진보당을 택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라며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첫째, 민주당은 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마는;)과 경쟁하기에 자꾸 한나라당과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재벌들의 후원금을 받는 정치를 하고 있다. 재벌의 돈을 받는 당은 재벌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다. 나는 국민들이 십시 일반해서 당비내는 깨끗한 정당에서 시작해보고싶다.
둘째, 여당시절을 겪어보니 민주당 하나로는 부족하다. 정치를 하다보면 서민복지보다는 자꾸 돈 많은 사람 쪽에 서게된다. 나는 민주당이 자꾸 이렇게 움직이는것을 잡아주는 진보정당을 안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러한 연설을 통해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것' 의 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한다는것은 그분의 잘한 부분을 이어가면서도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어야지... 그분과 친하다는것을 내세우기만 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말을 통해서 유시민이 진보정당에서 이루어 가고자 하는 꿈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분의 과오까지도 모두 안고 가는것. 그는 진정한 노무현의 사람이었고, 그래서 지금 민주당이 아닌 진보당에서 양쪽으로 욕을 먹어가면서도(기본 진보세력에겐 '여기 왜 왔냐' 라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거기서 뭐하고 있느냐' 라고) 그 과오를 채우기 위해 진보정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늘 유시민이 정치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 똑똑하고, 정말이지 글을 잘 쓰니까..독자로서 그가 '지식소매상' 으로만 남아 더 많은 책들을 내 주기를 바랬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한 번 어떠한 길을 건너면 다시는 그 길을 돌아올 수 없음을 유시민을 보며 깨달았다. 오늘 만난 유시민을 통해, 그는 노무현이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 이 완성되기전에는 계속 그 길에 남아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도 권력의지 같은건 '졸라' 없어보이는 그 잘난 유시민이 오늘 이렇게 시민들에게 나와 자신의 꿈과 믿음에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40여분의 연설을 들으며 나는 확실히 그의 편이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늘 유시민이 마음에 들었던것은 아니지만만, 그래도 오늘은 이 아저씨에게 처음으로 '왜 나는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가' 를 뭔가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꿈을 응원해본다. 갈팡질팡 하지 않고, 이제는 기꺼이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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