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3 삐삐의 추억 삐삐가 울렸다 라는 단막극을 보고나니, 삐삐에 대한 추억이 사무쳐온다. 내가 삐삐를 사용했던건 중1때였다. 매일 같이 삐삐인사말을 바꾸는게 큰 재미였던 시절, 라디오 DJ라도 된양 음악을 틀어놓고 녹음할 멘트를 고심하곤 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를 녹음해 인사말을 대신했던것 같기도 하고, 팝송을 곁들이며 겉멋든 인사말을 녹음하기도 했다. 당시 나랑 절친이었던 모군은 삐삐 인사말에 선생님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고, ARS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했는데, 그게 어찌나 웃기던지. 삐삐는 채팅의 추억과 맞물려 많은 설레임을 안겨준 매체였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삐삐 번호를 공유했고, 주춤거리고 뻘쭘거리면서 서로의 삐삐의 음성메시지를 녹음했다. 대개는 그냥 친분중심의 안부인사였지만, 기분 좋은 메시지는.. 2011. 8. 5. [내 삶의 길목에서] 너는 그렇게 떠나버렸지. 고 3 때였다.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본적이 없는 우리집에, 엄마가 작은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강아지를 비롯 모든 동물이라면 길길이 날뛰며 무서워하는 나였지만, 그 꼬맹이는 내가 무서워하기엔 무척이나 작고 여린 생명체였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고민하다가, 비틀즈를 좋아했던 내가 Jude라고 짓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아지를 부를때마다 'Hey Jude' 라고 부르면 얼마나 멋지겠냐며 웃었다. 그래서 그 아인 주드가 되었다. 정말 너무나 작았고, 너무나 예뻤다. 하루 이틀도 지나지 않아 나는 주드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집에 아무도 없을때면 비틀즈의 Hey Jude를 틀어놓고, 목청껏 주드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이게 너를 위한 타이틀곡이야, 알아들어? 하루 종일 학교에.. 2010. 10. 11. [내 삶의 길목에서] 스무살의 정동진 바닷가 스무살. 입 밖에 소리내어 외치기만 해도 눈부실 정도로 빛났던 나이. 고등학교 3학년의 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던 대학교 1학년의 여름날. 나는 친구 두명과 함께 훌쩍 바다로 떠났다. 무조건 바다를 보자, 라는 호기에 달려갔던 정동진. 여행이라고는 수학여행의 일천한 경험이 다였던 도시촌뜨기들에게 바다를 본다는것은 무조건 강원도에 가는것을 뜻했고, 주머니가 가벼웠던 관계로 무박여행을 가려면 밤 기차로 내내 달리는 정동진밖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마음을 시리게 해줬던 정동진의 일출. 그러나, 여행은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바다를 보고, 일출을 보자! 라는 단순한 목표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여행. 그렇다고 바다에 뛰어들 만용따위도 부리지못할 순진한 세명의 대학 신입생에게는 아무것도 할만.. 2010. 9.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