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때였다.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본적이 없는 우리집에, 엄마가 작은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강아지를 비롯 모든 동물이라면 길길이 날뛰며 무서워하는 나였지만, 그 꼬맹이는 내가 무서워하기엔 무척이나 작고 여린 생명체였다.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고민하다가, 비틀즈를 좋아했던 내가 Jude라고 짓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아지를 부를때마다 'Hey Jude' 라고 부르면 얼마나 멋지겠냐며 웃었다.
그래서 그 아인 주드가 되었다. 정말 너무나 작았고, 너무나 예뻤다. 하루 이틀도 지나지 않아 나는 주드를 껴안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집에 아무도 없을때면 비틀즈의 Hey Jude를 틀어놓고, 목청껏 주드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이게 너를 위한 타이틀곡이야, 알아들어?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가 집에 오면 나를 반겨주는 주드를 만나는것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밤 늦게 들어가서 '주드 잘 있었어?' 했고,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는길에 '주드 잘잤어?' 하고 들여다보는게 내 낙이었다.
그날도 여느날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가기전에 주드의 집을 들여다보며 '주드, 잘 잤어?' 했다. 그런데, 평소라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눈을 번쩍 뜨고 내게 꼬리를 흔들어주던 주드가 잠잠했다. '주드 왜 그래? 어디 아파?' 두세번 이름을 불러도 대답않자, 순간 나는 알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며칠전에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는데.. 분명, 의사가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주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도 고요했다. 매일 같이 껴안아주었던 강아지였지만, 너무 놀라 나는 손도 대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봐야 했다.
너무너무 슬펐다. 주드를 만난지 한 달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보내야만 한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학교에 가는 내내 펑펑 울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책상에 엎드려 울었다. 집에 가보니, 엄마는 아빠랑 함께 주드를 묻어주고 왔다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나는 한달간 내곁을 서성이던 존재를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야만 했다.
한동안 Hey jude란 노래를 듣지 못했다. 같이 하고 싶은게 정말 많았는데, 수능만 끝나면 같이 가고싶은데도 정말 많았는데. 그렇게 주드는 내 곁을 떠나버렸다. 동물에게 준 첫 정이었기에 내게는 정말 애틋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로 다른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만, 가끔씩 주드 생각이 난다. Hey jude, Hey j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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