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이해 못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게 영화의 매력 아닌가요. 다들 통곡하고 있는 <괴물>의 합동분향소에서 강호 선배가 자다가 바지 속에 손을 넣고 긁적인다거나 하는 표현을 좋아해요. 사람의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사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들이 사실 논리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잖아요. 중대한 판단을 내릴 때도 근거가 약한 이상한 이유로 덜컥 결정을 내려버리기도 하고요. 인간에 대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어설프고 어이없는 부분이 인간의 진짜 모습이라고 제가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이해 못 하는' 이라는 부분에서 문득 인간 낭만성에 대한 수업 내용이 떠올랐다. 남들이 보기엔 '왜 저래' 싶은 사람들이 가지는 낭만성. 물론, 봉준호가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은 낭만이라기보다는 다소 '삑사리'적인 인물의 모습들이지만, '논리적으로 이해 못 하는' 이라는 부분에선 상통하는게 아닐까 싶다. 사람의 매력은, 언제나 '그 이해될 수 없음' 혹은 '해석 불가능' 에서 시작되는 것이겠지.
스티븐 스필버그도 <죠스>를 만들 때 고무로 만든 상어가 자꾸 고장이 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상어의 시점 쇼트를 만들어 섬뜩한 효과를 만들어냈잖아요. 제한이 창의성을 오히려 촉진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영화 <베를린>을 보고나와서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분명, 화려해지고 정교해졌는데 왜 <쉬리>같은 감동이 없을까? 예전엔 무척 한국영화를 좋아했는데 그건 특유의 '한국영화 스타일' 이 마음에 들어서였던 거 같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딸렸던 과거에는 어떻게든 그 간극을 메워보려 독특한 스토리구조가 발현되곤 했었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감독들은 이제 기술력과 자본에 안주하려 한다는 느낌이다. 화려한 볼거리 없이도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재미를 안겨줬던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의 짝퉁판같은 <도둑들>이나 만들게 되었고, <짝패>같이 독보적인 액션 영화를 구축해나가던 류승완 감독 역시 어디선가 봄직한 그러나 결코 원본을 쫓아갈 수는 없는 <베를린>을 만들고 있다. 물론, 봉준호처럼 대작을 만들어가면서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감독들도 존재한다. 그러니 역시, 봉준호가 대단한 감독인 것이겠지만.
<마더> 마지막 장면에서의 춤은 사실 가장 속한 춤이고 가장 밑바닥의 춤이잖아요? 그런데도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을 일종의 제의처럼 보이도록 찍고 싶었던거니까 무척 아이러니하자요. 예전의 저처럼, 아줌마들의 그런 춤을 다들 쉽게 손가락질하기도 하는데, 가장 속된 것에서 가장 성스러운 의미를 담고 싶은 욕구가 제게 많은 듯해요.
<괴물>때도 그런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고, 가장 속된 사람들이 가장 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거죠. 처음 괴물이 출몰했을 때 강두가 현서와 함께 도망친다는 게, 남의 딸 손을 잡고 뛰잖아요. 나중에 동생 남일이 욕하듯 그건 정말 가장 멍청한 행동이었죠. 그런데 끝날 때가 되면 강두가 또다시 자신의 딸이 아닌 다른 아이 세주의 손을 잡고 가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가장 성스러운 행동이 되는 거죠.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엘리아데의 <성과 속>이 읽고 싶어졌다. (...늘 그렇듯...몇 년째 욕구만=_=;)
훗날 어떤 평가를 받기 원하십니까.
- '그 사람 영화는 참 특이했다' , 그런 코멘트 하나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그게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 아닌가요?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것 말입니다. 그게 이 대량복제 시대에 유일하게 예술가가 누릴 수 있는 영예겠죠. 저 사람 영화 참 특이했다, 저 사람이 죽으면 저런 영화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발자국이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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