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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임순례 편

by 김핸디 2013. 11. 30.



 사람들은 흔히 행복과 꿈을 연관짓습니다. 꿈을 이루면 행복하고 이루지 못하면 행복하지 못하다는 거지요. 그런데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행복과 꿈이 무관한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 꿈이 이뤄지면 행복해진다는 건 환상 아닐까요. 제 친구들은 평범한 주부인 경우가 많은데, 저를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넌 꿈을 이뤄서 행복하겠다" 였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드는 게. '정말로 나는 행복한가. 꿈을 이룬 자는 다 행복하고 이루지 못한 자는 불행한가'라는 거죠.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꿈을 이루지 못해도 행복한 경우와 꿈을 이뤄도 불행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겁니다.


행복이라는 게 어찌 보면 재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는 그 사람이 행복 재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다큐멘터리 PD가 되고싶었다. 그래서 입사 후 처음 몇 주간은 정말 행복했다. "꿈의 직장을 찾은 것 같아!" 라며 친구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불행한 '다큐PD' 보다는 동네 슈퍼에서 알바를 할지라도 행복한 사람이되 고 싶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꿈과 행복은 같이 가지 않을수도 있다는 걸.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던 나에게, 사람 만나는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다큐PD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도 못자고, 매일같이 10시간이 넘게 회사에 붙들려 있다가, 욕을 먹고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은 결코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기대한것은 아니었다. 잠 못 잘걸 각오했고, 욕 먹을것도 각오했다. 그러나 적어도 팀으로서 동료로서, 한 줌의 격려와 지지는 받을 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모든걸 나 혼자 감당해야만 했다.



어느 날, 우리가 촬영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보다는, 내가 먼저 행복해지고 싶다, 는 생각. 그래서 나는 그곳을 나왔다. 물론 아직도 다큐멘터리 보는게 좋고, 좋은 작품을 보면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에게 꿈보다 중요한 것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울며불며 감내해가는 성취보다는, 웃으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다는것을 알았으니까.



꿈과 행복은 같이 가지 않는다. 그럴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 돌고 돌아 이걸 겨우 깨닫게 되었다. 꿈은 중요하지만, 삶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을거라면, 그게 꿈이든 삶이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