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끝나고 집에 오는 길, 바람이 좋았다. 도서관에도 들리고 하면서 일부러 걸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햇살은 따뜻했다. 그리고 바람이 좋았다. 걷다보니 배가 고팠다. 집에 와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은 일품이었고, 그곳에서도 바람이 좋았다. 아빠가 너는 왜 소설을 읽느냐고 물었다. 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알 수 있으니까' 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하하하 하고 웃었고, 아빠가 웃는 곁을 스치는 바람이 좋았다. 배가 불러서 운동을 하러 갔다. 걷고 걸으니 또 바람이 좋았다. 운동장에서 중학생 남자애들이 불꽃놀이를 했다. 분위기는 없고 시끄럽기만 한 로켓을 쏘아대서 궁둥이를 발로 걷어차주고싶었지만, 저들도 바람이 좋아 나왔겠지 싶어 말았다.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곳을 채우는 바람이 좋았다. 가을은 짧다.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가을 바람은 언제나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바람불어 좋은 날, 마음도 몸도 살랑살랑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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