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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내가 좋아하는 우리말.

by 김핸디 2010. 10. 9.


사붓사붓, 그대가 내게로 오는 걸음걸음에 담긴 소리.


한글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말은 '사붓사붓' 이라는 말이다. 사붓사붓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아니할 정도로 발걸음을 가볍게 자꾸 옮기는 소리'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눈이 소복히 쌓인 길을 누군가가 조심조심 걷는다. 눈을 감고 그려보면, 들리진 않지만 그의 발걸음에서 나오는 소리는 분명 '사붓사붓' 일 것이다. 그래서 '사붓사붓' 이라는 말에는 눈 오는 날의 고요함과 길 걷는 이의 조심스러움, 그리고 시골길의 소박함이 모두 담겨져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사붓사붓 사붓사붓, 입 밖으로 발음 해 보면 그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그 또는 그녀가 사붓사붓 하며 내게로 다가온다면 어떨까. 그 모든 발걸음마다 나는 행복함으로 미소짓고 말 것이다. 빨리 보고싶어 조바심나는 마음과, 그래도 조심해 왔으면 하는 염려를 동시에 담고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