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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노무현을 좋아하길 잘 했어,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by 김핸디 2010. 8. 26.
10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하다 - 10점
이해찬 외 지음/오마이북


  나의 노짱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후, 그는 온 국민의 안주거리가 되었다. 이른바 전국민적 스포츠였던 '대통령 씹기' 가 탄생한것이다. 덕분에 후보시절부터 그의 팬이었던 나는, 그 대통령씹기 열풍에서 언제나 '너 아직도 노무현 좋아하냐?' 라는 조롱 아닌 조롱을 받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노무현 지지자' 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래도 노무현을 좋아하길 잘했어' 싶은 일련의 행동들 때문이었다.

  '이라크 파병은 반대!' 라고 외치던 나에게, 자이툰 부대를 직접 방문해 국군장병들을 격하게 포옹하는 모습이 그랬고, '내가 알던 노무현이 그 노무현인지 모르겠다!' 라고 투덜대던 나에게,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4.3 사건' 에 대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그랬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 그래도 역시 노무현은 노무현이다. 좋아하길 잘 했다' 싶어 '그래, 나 아직도 노무현 좋아한다! 어쩔래?' 하고 대거리를 하곤 했던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한번 '아! 역시 노무현은 좋아할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 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주변에서 그를 지켜봐왔던 10명의 인물이 털어놓는 '노무현과 노무현의 사상' 에 대한 이야기는 지지자였던 내 가슴을 아리게도 하였지만, 흐믓하게도 뿌듯하게도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들이다.

정연주 : 2003년에 제가 KBS사장이 되었는데 그해 봄에 해외동포상을 받으신 분들 내외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서 대통령 내외분과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그때 현직의 노무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노 대통령과 제가 나란히 한 4분쯤 같이 걸어나왔을 겁니다. 그때 노 대통령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정 사장님, 저는 대한민국에서 두 분한테 전화를 못 겁니다. 앞으로도 안 할 겁니다." 그래서 "누굽니까?" 했더니 "KBS 사장과 검찰총장입니다" 하셨어요.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키셨어요. 저한테 단 한 차례도 전화하지 않으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건지 몰랐다. 그러나, '그 분' 이 정권을 잡고보니, KBS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애썼던 모습이 얼마나 놀라운 개혁이었는지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과 '신뢰' 의 사람이었고,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힘 위에서 군림하려 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한편,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유시민 : 노 대통령도 이로움을 취할 때는 취하셨어요. 그러나 의로움과 이로움이 서로 갈등관계나 모순관계에 있어 불가피하게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할 때에는 주저 없이 이를 버리고 의를 취하셨던 분, 노 대통령의 삶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걸 단 하나로 압축하면 바로 이 정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로움과 이로움의 선택에서 '주저없이' 이로움을 택한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은 그나마 '영웅적인 면모' 를 가진 사람이고, 그 선택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의로움' 의 길을 향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역사에 기록되는'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었다.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엔, 의로움의 길을 가는 사람. 그리고, 뒤 돌아보지 않는 사람.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노무현의 지지자였다는것, 그 분과 두번이나 악수를 나눴다는것, 전국민이 비난을 퍼붓는 시절에도 지지자로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것, 그 모든것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어졌다. 물론, 나에겐 그를 '끝까지' 믿어주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여전히 자리잡고는 있지만, 정말로 자신있게 '내가 그 사람 팬이야' 할 수 있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어서 기쁘다. 다시 한번 외치고 싶다. 아! 진짜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