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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통하였느냐?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by 김핸디 2010. 9. 20.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 - 6점
김준형 옮김/문학동네


  친구가 책을 한 권 선물해 주었다. 아니, 원래는 '빌려주기로' 했던 것인데 빌려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서 '너 그거 가져' 하는 통보가 왔다. 준대니까 마다할 이유는 없었지만, 친구의 '왠지 나 보다는 너한테 있어야 할 책 같아서' 라는 발언은 전화기 너머의 나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아니.. 내가 뭘 어쨌다구-////- 어쨌든, 그렇게해서 나는 이 책을 가지게 되었다.

  성소화, 라고 붙여읽으면 예쁜 꽃 이름같기도 하다만 이 책은 엄연히 '성 소화' 선집이다. 영어로는 SEX인 性과 웃을 笑에 이야기話를 쓰는 '성 소화'. 그러니까 이 책은 조합해보면 조선 후기의 '성인유머집' 정도라 할 수있겠다. 여전히 '너에게 더 잘어울릴것 같아서' 라던 친구의 말은 이해할수가 없었지만(왜 이래, 나 순수한 여자야!), 나는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음란서생>같은 영화를 보면서 조선의 성이 우리시대만큼이나 개방적일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자유연애' 와 그에 상응하는 '프리섹스' 가 공존하는 조선후기 문화를 보여주고있다. 하지만, 엄연히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에 속하는 만큼 그 내용이 외설적이거나 자극적이지는 않다. 뭐랄까, 정말로 읽다보면 '큭큭' 정도의 웃음이 터지는 내용들이랄까. 

  책은 짧은 이야기들이 중심이라 금방 읽혔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성적유머를 담고있기에 흡인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데카메론을 읽을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_=;) 그렇다고 이런걸 두고두고 생각날때마다 읽기도 뭣하고. 하여간 현재 316페이지까지 읽어내려가고 멈춘 상태이다. 총페이지는 해설포함 600페이지 이상. 과연 다 읽어내릴지 의문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친구의 '이 책은 네가 가지고 있는게 더 어울려' 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왠지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을 모르겠다.(친구도 이런 민망함에 내게 이책을 넘긴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