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분미를 봤다. 아니 봤다라고 하기엔 내가 숙면을 취한 시간이 너무 많았다. 솔직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의 무식의 소치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만, 지극히 대중적인 대중인 나로서는 '이 감독이 지금 나랑 싸우자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불구하고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영화가 끝난 뒤 정성일 평론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설치미술가인 감독은 평소 더블스크린으로 작업을 하길 즐기는 인물이라 한다. 그런 그가 영화를 제작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는 영화적 특성인 '싱글스크린' 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 영민한 감독은 싱글스크린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구현하는 방법을 취했다. 바로 시공간적으로 동일한 장면에 동시에 두개의 시점과 관계를 배치하는것이다. 아들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지만, 실은 셋이 함께 있는것이 아니라 아들-아버지 와 어머니-아버지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영화. 감독은 더블 스크린에서 하던 작업을 한 시퀀스에 동시에 담아내는 형식적 파괴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무척이나 래디컬한 정치적 작품이라는 사실. 영화를 반은 졸고 반은 '이게 대체 뭥미' 하며 지켜봤던 나에게도 영화 곳곳 보여지는 군복들과 분쟁상황을 묘사하는듯한 사진과 영상은 '정치적' 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성일에 따르면 감독 역시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분이 있다고 한다. '태국의 정치상황' 에 대해 어쩔 수 없이 환기를 시키는 그의 영화에 프랑스 평단은 '황금종려상' 으로 영화외에도 정치적으로 지지를 보낸것이라고.
특히나 마지막 장면, 태국의 정치상황을 다룬 TV를 보고있는 사람들과 동시에 세븐일레븐의 야식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마치 유체이탈을 보는듯한 장면=_=;)의 대조는 감독이 '당신은 어느쪽인가' 라며 넌지시 던지는 질문이란다. 보면서 '저게 뭐냐 대체' 했는데, 사실은 낯설음과 불편함을 유발하므로 자신이 하고싶었던 메시지에 주목하게끔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니... 확실히 아피찻퐁이 인물이긴 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 재미없었다. 정성일의 썰은 재미있었지만, 그렇게 1시간 가까이 설명듣고 '아~' 하면서 깨달아지는 영화를 좋아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도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고 느꼈던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영화는 무척이나 난해했지만, 마지막에 흐르던 ost는 내 마음에 무척이나 흡족했기에 링크를 걸어둔다. 그룹이름이 펭귄빌라랜다. 아흥 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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