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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너를 만나기 100m 전, <청설>

by 김핸디 2010. 11. 17.


" 넌 샤오펑 생각밖에 안 해. 
니가 니 생각을 안 하니까,
내가 하루종일 니 생각만 하게 되잖아."


아, 늠 좋다. 아주 오랜만에, '너를 만나기 100m전' 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요즘은 영화든 드라마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진도를 나간다. 그래서인지 연애물임에도 설레임의 자리가 설곳을 잃었다. 설레임이 없는 연애물이라니...감성충만 소녀모드인 나에게 똥을 준것이나 다름없는 폭력이다. 

근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거의 끝까지 '설레임' 모드를 유지한다. 연락한번 하고 싶어 죽겠는데 상대는 메신저에 들어올줄을 모르고, 집까지 찾아갔건만 얼굴만 잠깐 보더니 알바하러 가야한단다. 영화도 같이 못 보고, 하루종일 기다려서 야시장에서 데이트하는 기회를 얻었건만, 친해졌다 싶은 순간 자신을 피한다. 나는 너 좋아하는데, 너는 안 그러니... 마음속에서 수없이 썼다 지웠던 말들, 너 하나로 세상이 온통 행복으로 물들고 너 없이는 지옥이 되는 그 기분-

수업시간에 본 영화지만, 수업시간이고 뭐고 난 무척 행복해서 내내 몸을 배배 꼬면서 볼수밖에는 없었다. 대만을 공항만 2번가봤는데, 가면서도 '대만은 어떤 나라일까' 하는 궁금함이 눈썹만큼도 없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내가 다음에 가야할 곳은 '바로 대만이다!' 라는 설레발을 떨게 되었을 정도다. 활과 양양의 그 거리- 나도 스쿠터를 타고 달려봤으면♡

우습게도 아직 결말까지는 보지못했다. 수업시간에 야금야금 보느라 20여분정도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구해서 볼수도 있겠지만, 수업시간에 조금씩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해서 결과는 남겨두려한다. 덕분에 무려 3주째 이 영화앓이를 하는 중. 활과 양양은 어떤 해피엔딩을 맞을까. 아, 이 추운 겨울에 설레임이 자꾸만 몽글몽글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