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외롭다. 군중속의 고독에서부터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며 아우성 치는 세상이다. 삶이 가져다주는 외로움은 곁에 누가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것이 아니다. 하지만, 주변의 누군가가 있으면 '덜' 외롭다. 그래서 끊임없이 사람은 사람을 찾는다. 내 목소리를 들어 줄 누군가, 내 웃음소리에 함께 웃어줄 누군가, 내가 울고있을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그 누군가.
주인공은 천애고아다. 어렸을때부터 찍어 온 모든 사진엔 홀로 자리하고 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는 외롭다. 지독하게 외롭다. 행복을 떠들썩하게 전시하는 어린이날에, 그래서 그는 죽기로 결심한다. 눈물이 철철 흐르고, 마음의 헛헛함을 한 움큼의 약으로 삼킨다. 그리고,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그들을 만난다.
또 실패했네. 죽는것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것에 좌절하며 멍한 얼굴로 있는데 한 아저씨가 보인다. 촌스러운 가르마에 담배를 줄창 펴댄다. 누구시냐고 했더니, 대답은 않고 옆에 자리하고만 있다. 그 와중에 왠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왠 아줌마가 또 나타난다. 마지막엔 왠 꼬마까지 나타난다. 총 네명이다. 그들은 말한다. '오늘부터 네 몸을 우리가 공유할 예정이라고.' 누구맘대로? 귀신 맘대로.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았던 한 남자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코미디도 아니고 멜로도 아니고 뜨뜨미지근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한 입을 모아 얘기하듯이, 후반부의 강력한 한방이있다. 반전이라고 한다면 반전이고, 반전이라고 하지 않더래도 무방한 시퀀스지만, 이래저래 이 영화의 강력한 무기인것만은 확실하다. 야 임마, 죽지마. 우리가 있잖아. 다른 사람들이 널 몰라줘도, 우리가 이렇게 너를 찾아왔잖아.
슬픈 영화라길래 '나 울겠다' 싶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꺽꺽대고 울어버렸다. 연말연시에 기획된 영화답게, 마음을 아주 훈훈하게 해 준 영화였다. 신년에 봐버려서 뭔가 좀 어긋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 속이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으로 가득 차 올랐다. 누군가 이 영화를 '외로운 사람들이 보면 좋을 영화' 라고 평했다. 나는 외로웠고,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사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영화가 끝난 뒤, 성시경의 '너는 나의 봄이다' 를 들으며 버스를 탔다. 버스 창가에 햇빛이 비춰 내 얼굴을 감쌌고, 눈을 감고 그 온화한 기운에 누군가를 떠올렸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부터 항상 내 곁에 있었던 누군가를,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것은 아닌 그 누군가를. 내 심장소리를 들으며 기뻐했고, 내가 오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가슴 졸였을 누군가를.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나, 여기 이 사람들. 사람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외롭다, 아니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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