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보스턴에서 공부를 마치고 잠시 귀국한 한비야 언니(독자들이 언니, 누나라고 불러주는게 좋단다^^)를 만나고왔다. 대치동 주민센터에서 인터넷서점 통합행사로 열린 이번 강연회는, '통합' 이라는 말의 무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주었다. 비야언니의 인기 덕분에 언제나 이런 행사는 언제나 치열한 경쟁률속에서 이루어지곤 하는데, 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야언니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려서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었다.(이것도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그런 성격의 것일까?)
여전히 밝은 모습, 아니 작년보다 더욱 활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비야언니는 독자들을 맞아주었다. 사실 작년에 강연을 들었기에, 이번 강연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경쟁률에 밀려 가지 못한 분들이 들으면 욕 먹을 발언;) 내 이런 낮은 기대감따위는 비웃듯 무척이나 '가슴 뛰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함께 간 친구에게 '오늘은 강연에서 무슨 말을 해주실까?' 했더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자기계발서 10권을 읽은 효과를 낼걸' 이라고 대답했는데, 과연..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는 완전 격하게 끄덕이고, 노트에 비야언니의 말을 적어내리는 내 손은 빨라지기 시작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30대? 겨우 인생의 전반전에서 30분 뛰었을뿐 아닌가요?
비야언니강연을 들으면, 늘 나오는 질문이 '너무 늦은것 같아요, 한비야씨는 어디서 그렇게 지치지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할 수있나요?' 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야언니는 인생을 축구에 비유해서 대답해준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10대, 20대의 가치와 5,60대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비야언니는 나이를 동등한 기회의 선상에서 바라보며 강조한다. 인생을 너무 조급하게만 보지 말라고. 인생을 90살까지 놓고 봤을때, 30대라고 해도 겨우 인생의 전반전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전반전을 뛰고있으면서 벌써부터 결과가 나온 사람들처럼 우울해하거나 쳐져있지 말라고. 삶은, 인생은, 정말이지 언제나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가장 많이 좌우된다는 사실.. 우리가 잊고 있던 그 진리를 새삼스레 상기시킬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두의 끓는점이 다르니까요.
비야언니의 중국견문록에서 보고 나도 참 좋아했던 문구는,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핀다' 라는 말이었다. 살다보면 '20대에 해야할 일' 등과 같은 리스트에 얽매이게 되고, 나를 그것에 비추어 뒤쳐지지는 않았나 돌아보며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비야언니는 '각자의 가슴을 뛰게하는 일이 다르듯, 모두의 끓는점은 다르다' 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10대부터 끓어오르는 삶을 살지, 아니면 50대에 되서야 들끓을지 그건 모두 각자의 속도에 달렸다는것이다. 휴학을 남보다 많이해서, '혹시 나만 너무 늦은거 아닐까' 싶은 4학년의 나에게, 이보다 더 가슴 울리는 조언은 없었다. 그래, 나의 끓는점을 기다리자.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열정적인 모습으로 피어오르자.
자신의 한계에 정면도전하세요, 힘이 모자라면 키우면 돼요.
산을 오르면서 20시간여를 꼬박 걸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는 '해보는데까지가 자신의 한계다' 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것을 당부했다. 자신이 지금 꿈을 이루기위해 걸림돌이 되는것들에 대해 진정으로 정면으로 맞서본적이 있느냐고, 그 한계는 누가 만든것이냐고, 혹시 이미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것이 아니냐고. 그리고, 그렇게 도전해봐서 안되면, (안될수도 있다는것을 인정해줘서 고마웠다) 그 한계를 넘을 수 있을 힘을 키우면 된다고 조언을 덧붙여주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내공을 쌓으면 된다고 말이다.
인생이 힘들때는, 오르막이어서 그런거에요.
마지막으로 이상을 향하지만 현실에 좌절하게 될때, 이것이 인생의 오르막이기에 힘든것이다, 라는것을 자각하라고 말했다. 힘들다는것은, 올라가고 있는것이라는 증거라고. 힘들지만, 그 오르막을 오르는 내 신체의 근육이 단련되고 있다는걸 믿으라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인생에는 두가지 고통이 있다. 훈련의 고통과 후회의 고통이다' 라는 것인데, 인생의 힘든 순간은 오르막이고 후회하지 않기 위한 훈련의 시간들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일기도 했다.
무조건 화이팅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슈퍼파워울트라 에너지인 비야언니는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응원을 건넸다. 여러분은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누구나 하고싶은 일을 하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살 수 있다고. 온갖 고생을 하며 뒤늦게 대학에 진학을 하고, 유학을 가고, 돌아와서 최고의 홍보회사를 다녔으나(나도 전공이 이쪽이라 '버슨 마스텔라' 에 대해서 알아봤었는데, 여기 진짜 장난 아니던데..아, 비야언니 진짜 대단하더라 ㅠㅠ) 강단있게 때려치고 세계여행을 하고, 구호활동에 몸담다가, 물을 퍼내기보다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싶어 다시 유학길에 떠난 비야언니. 앞으로 백두대간을 오르고 중국어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그녀의 끊임없는 열정에 나도 완전히 전염되어 버린듯한 열정과 에너지의 만남이었다. 그래, 그래, 내 인생도 무조건 화이팅이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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