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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진중권을 만나다, 진보의 정체성을 긍정하다.

by 김핸디 2010. 9. 28.

  
  으헝헝. 오늘, 홍대 살롱드팩토리에서 진중권을 만났다. 그는 주제가 민주주의인 만큼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야할것 같다며 6.2지방선거를 중심으로 바라본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제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의 정치구조에서 어떻게하면 진보정당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것인지,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하는건지에 대한 토론들이 오고갔다.

  그 중에 나에게 제일 기억에 남는건, 진보의 정체성을 긍정하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무상교육 합시다!' 하고 외칠줄 알아야 진보란다. 그런말을 하면 대개는 '이거 빨갱이아니야?' 라고 들고 나오는게 우리나라일지 몰라도, 내 의견이 그러하다면 '그래 나 빨갱이다, 몰랐냐?' 하고 밀어붙이는 정신이 필요하단다. 이건, 물론 진보진영이 빨갱이라는 얘기도 아니고 빨갱이가 되어야된다는 얘기도 아니다. 진보의 가치, 복지에 대한 신념이 있으면 '이 길을 가겠다' 라고 밀어붙일줄 알아야 '나은 세상' 을 만들어 갈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꾸 진보의 탈을 쓴 보수세력에 양보하고 한 발 물러서 자기의 목소리를 잃어서는 진보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는 자기성찰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선거에 졌다고,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유권자들이 계급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소선구제가 사표를 낳기 때문에 제도를 뜯어 고쳐야한다고, 안되는것들을 나열하며 징징 짜는건 진보의 정체성을 스스로 내리깎고 있는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대권을 잡지 못해도 정책을 실현시킬 수는 없을까, 유권자들을 어떡하면 설득할 수 있을까, 선거구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바꿔 안되는것들이 많기에 바꿀 수 있는것도 많고 할 수 있는것도 많다고 나아가야한다. 설사 안된다고 해도 어떤가, 그게 옳다고 믿으니 이 길을 가는것 아니겠는가. 

  처음 만난 진중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유쾌했고, 그래서 더 건강해보였다. 재밌는 일을 하고, 그게 인생의 가치 있는 일을 했을때 성과는 따라오는것이라는 사람. 설사 성과 없는 행동일지라도 내가 하고싶었고 그게 즐거웠으면 그걸로 됐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여전히 날카로운 말을 내뱉지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아직도 인생을 즐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즐겁지 않으면 좌파가 아니다!' 라는 명제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것 같아 나도 즐거워졌다. 아, 그래 숫자로 좀 달리면 어떠냐. 신나게 이 길을 달려가보자.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