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헝헝. 오늘, 홍대 살롱드팩토리에서 진중권을 만났다. 그는 주제가 민주주의인 만큼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야할것 같다며 6.2지방선거를 중심으로 바라본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제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의 정치구조에서 어떻게하면 진보정당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것인지,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하는건지에 대한 토론들이 오고갔다.
그 중에 나에게 제일 기억에 남는건, 진보의 정체성을 긍정하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무상교육 합시다!' 하고 외칠줄 알아야 진보란다. 그런말을 하면 대개는 '이거 빨갱이아니야?' 라고 들고 나오는게 우리나라일지 몰라도, 내 의견이 그러하다면 '그래 나 빨갱이다, 몰랐냐?' 하고 밀어붙이는 정신이 필요하단다. 이건, 물론 진보진영이 빨갱이라는 얘기도 아니고 빨갱이가 되어야된다는 얘기도 아니다. 진보의 가치, 복지에 대한 신념이 있으면 '이 길을 가겠다' 라고 밀어붙일줄 알아야 '나은 세상' 을 만들어 갈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꾸 진보의 탈을 쓴 보수세력에 양보하고 한 발 물러서 자기의 목소리를 잃어서는 진보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는 자기성찰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선거에 졌다고,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유권자들이 계급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소선구제가 사표를 낳기 때문에 제도를 뜯어 고쳐야한다고, 안되는것들을 나열하며 징징 짜는건 진보의 정체성을 스스로 내리깎고 있는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대권을 잡지 못해도 정책을 실현시킬 수는 없을까, 유권자들을 어떡하면 설득할 수 있을까, 선거구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바꿔 안되는것들이 많기에 바꿀 수 있는것도 많고 할 수 있는것도 많다고 나아가야한다. 설사 안된다고 해도 어떤가, 그게 옳다고 믿으니 이 길을 가는것 아니겠는가.
처음 만난 진중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유쾌했고, 그래서 더 건강해보였다. 재밌는 일을 하고, 그게 인생의 가치 있는 일을 했을때 성과는 따라오는것이라는 사람. 설사 성과 없는 행동일지라도 내가 하고싶었고 그게 즐거웠으면 그걸로 됐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여전히 날카로운 말을 내뱉지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아직도 인생을 즐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즐겁지 않으면 좌파가 아니다!' 라는 명제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것 같아 나도 즐거워졌다. 아, 그래 숫자로 좀 달리면 어떠냐. 신나게 이 길을 달려가보자.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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