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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MBC신입사원, 김기혁이 떨어진 이유

by 김핸디 2011. 5. 18.




아나운서가 되고싶다던 비보이 김기혁TAT

 
MBC신입사원을 즐겨보고 있다. 예능으로서는 별로 재미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 겸 시뮬레이션 겸 여간 도움이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김기혁, 김대호, 정유진등을 응원하고 있는데 지난 주 방송에 김기혁이 떨어져서 내가 떨어진것마냥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김기혁이 떨어진 이유는 '너무 솔직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재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지원자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을 물었고, 김기혁은 원하는 대학과 원하는 학과에 합격한 순간 이라고 답했다. 특유의 재치로 신입사원에 합격하게 된다면 그때처럼 기뻐할거라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역시 그 다운 유쾌함을 전달하는데까지는 성공. 하지만, 이어 다른 지원자들이 같은 질문에서 'TV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가족이 볼때' 라거나 '원체 칭찬하지 않는 나경은 아나운서에게 칭찬을 들었을때' 라고 대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김기혁의 대답은 조금은 싱거운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김기혁이 탈락했을때 더욱 아쉽게 느껴질수밖에 없었다. 김기혁은 질문에 가장 솔직한 대답을 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원자들로서 담당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었거나, TV에 지금 나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였을때 기쁘기야 했을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인생에서 가장 기쁜 일' 이었을까. 어쩌면 그들에게도 대학에 입학한 순간이나, 사랑고백을 받았던 순간이 가장 기쁜 순간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인생의 가장 기뻤던일을 아나운서의 소망과 관련지어 말하는 지원자들의 대답은, 시청자인 내가 듣기에도 '훨씬 그럴듯하고 감동적' 이기에는 충분했다. 김기혁은 순간 그 점을 놓친것이었다. 면접은 '면접관이 듣고 싶은 말' 을 하는 시간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진리.

한편, 김기혁을 보며 그에게서 나의 '솔직함', 혹은 '아마추어리즘' 을 읽고 조금은 허망해지기도 했다. 나도 최근 면접에서 너무 나이브하게 대답했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쥐어뜯고 후회한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면접관에게 신나서 나의 정치성향을 떠들어댔고, 무던하고 밝은 성격을 어필했는데 업무상 야무지고 똑부러지는 성격을 대답했어야 했겠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몰려오기도 했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직무에 필요한 재능과 인성을 드러내는게 면접이라는것을 나 역시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무대에 서 있었던 김기혁은 무대에 내려오고 나서야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쏟아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을 보면서 나 역시 아쉬움과 회한으로 입술을 깨물수밖엔 없었다. 아, 김기혁씨.. 우린 너무 솔직했던거에요, 그쵸? 시종일관 스스로의 장점을 분명하고 유쾌하게 드러냈던 지원자 김기혁에 대한 아쉬움이 쉬이 그치지 않는다. 진솔한 모습을 보길 원한다는 면접자리에서 가장 솔직한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떨어지는 아이러니... 흠, 역시 세상은 어느정도 처세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라는걸 새삼스럽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