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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애 키우시나요?

by 김핸디 2011. 8. 30.


애들이 스스로 크는 줄 알어?


힘들다. 벌써 아기가 우리집에 기거한지도 6일째인가. 밥 먹이기, 똥 기저귀 갈기 어느것 하나 난이도가 낮은것이 없지만... 가장고난이도는 역시 재우기이다. 아기는 꼭 안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바람을 맞으며 잠이 든다. 성인의 상식으로는 '졸리면 퍼 자면되지 왜 징징되는걸까' 싶지만, 어쩌겠는가,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면서 성인의 상식을 모두 거부해버리는 '아기' 인걸.

게다가 오늘은 왠지 안아줘도, 밥을 줘도, 기저귀를 갈아줘도, 목청좋게 울어제끼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 아가야 대체 어쩌라는거냐. 엄마랑 발을 동동 구르며 달래다가, 엉덩이가 빨간걸 뒤늦게 발견했다. 헑. 원숭이도 아니고 엉덩이가 왜 이렇게 빨간겨! 말로만 듣던 '엉덩이가 짓무른' 모습이었다. 서둘러 약국에 가서 약을 사고 아기의 엉덩이에 약을 바르고는, 부채로 식혀주었다. 쉴새없이 부채질을 하노라니 팔도 아프고, 애가 울어서 시끄럽기도 하고, 게다가 기저귀를 못채운 상태다보니 간간이 아무데나 싸지르는 쉬야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울고싶어. 나는 소파에 기대어 울고 있는 아기에게 처음으로 신경질을 냈다. 뭐, 어쩌라고! 내가 이렇게 지극정성을 들이면 좀 조용히해라, 엉? 하지만 내 하소연따위를 아기가 알아들어줄리가 없었다. 아기는 나보다 더 큰소리로 울며 특유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흑흑흑. 뭐야, 눈망울이 너무 슬프잖아. 나는 또 아기를 품에안고 뽀로로 마이크를 흔들며 아기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아기는 조금, 아주 조금, 헤헤거리며 웃었다. 나는 감격에 젖어들었다.

아기의 아버지가 저녁에 회사를 마치고 우리집에 들렸다. 그는 매일같이 들러 아기의 얼굴을 보고간다. 하긴, 왜 안보고 싶겠는가. 눈에 안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라는데. 아기 아빠를 보니 내 마음은 또 찡하다. 그는 내가 정말이지 존경하는 사람이고, 오래 신앙생활을 같이해서 가족과도 다름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기도 예쁘지만,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기의 아빠를 보노라니 '그래 조금만 힘을 내서 얘를 잘 돌보자' 한다.

방금 애를 재우는데 성공하고 집에 도착했다. 내 몸은 땀 범벅이 되어있었고, 내 팔은 욱씬거렸다. 집 앞 공원을 한바퀴 돌고오는데, 왜 하필, 우리집은 빌라에 4층이라, 엘리베이터도 없고 계단으로 올라야만 하는건지! 한 층 한 층 계단을 오를때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때만큼은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엄홍길의 각오 못지 않았다. 4층에 오르리라, 오르고야 말리라! 아기는 결국 잠이 들었고, 나는 지금 컴퓨터 앞에 있다. 

휴... 하루하루가 너무 버라이어티하다. 우리엄마도 날 이렇게 키운거겠지? 새삼스레 세상의 모든 모성이 위대해보인다. 육아는 정말 내가 경험한 어떠한 일보다 난이도가 높다. 애 키우시나요? 애 키우셨나요? 애 키우실건가요? 앞으로 나는 모든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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