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기앞의 생

가난은 외로운 거에요

by 김핸디 2011. 9. 19.




아침부터 치통으로 시달렸다. 치과에 갈까, 하다가... 통증보다 더 고통스러울 치료비에 잠시 멈칫했다. 치과는, 다르잖아. 내과랑 정형외과 같은데랑은. 다행히도 손가락으로 아픈데를 꾹꾹 누르다보니 통증이 가라앉는듯했다. 가난이란 이런거구나.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거. 나는 새삼스레 백수신세가 처량해졌다.

어제 아빠한테 용돈으로 3만원을 받았다. 순간 머리속으로 3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각종 일상사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누구는 3만원을 한끼 식사로 단번에 소비할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나도 한때는 그런적이 있었지만, 지금의 형편으로는 그럴수는 없는거였다. 그래서 가능한한 많이 쪼갤 수 있는거, 가능한한 오래오래 쓸 수 있는데로 소비방향을 정해야했다. 이를테면, 2500원짜리 떡볶이 12번, 5000원짜리 조조영화 6번, 중고서점에서 괜찮은 책 3권...등등등.

문득 다음달이 10월이라는것을 깨닫고, 친구의 결혼식 축의금 걱정에 또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맘같아서는 한 30만원 하고싶지만서도, 현실은 솔직히 3만원도 부담스럽다. 지난달에 받았던 인턴월급과 비정기적으로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을 제외하고는, 수입이 0인만큼 친한친구의 인륜지대사앞에서도 나는 무력할뿐이다.

아, 그래. 사실은, 어쩌면 엄살이다. 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기에 생활비로 고통받지도 않고, 동생이 직장인이기에 매달 '함께' 라는 명목으로 쇼핑도 즐기며, 인복이 많아서 부페다 뭐다 얻어먹는것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과 동시에 생활은 엄연히 나의 몫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했기에 부모님께 손을 벌릴수도 없는데, 스터디룸비다 뭐다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존재하기에 나는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치아가 다시 욱신거린다. 왜 갑자기, 이렇게 빈궁한 현실에 갑자기 안 아프던 이까지 아파서 나를 괴롭게 만드는걸까. 취업준비생의 현실은 열악하고, 그 현실이 주는 가난은 사람을 참 외롭게 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거, 그리고 요즘의 날씨가 유난히도 걷기 좋은 날들이라는것. 그러니,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가진것 없는 내 몸둥아리가 외롭지 않게. 날씨 좋~다 라고 외치면서 신나게 걸어다닐수라도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