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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 ![]()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
" 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거지. 사랑받길 원하는게 아니에요."
" 바보같은 소릴 하는군요, 사랑한다면 사랑받길 원하는 겁니다."
접속 中
사랑하는것과 사랑받길 원하는것은 별개의 감정일 수 있을까. 나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짝사랑을 해 본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리고 뭐 그리 대단한 짝사랑의 열병을 앓아봤던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렇다. 짝사랑은 못할짓인거 같다. 사랑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만 사랑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그저 곁에 있기만 해도 만족한다는것은 거짓말이다. 장담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그 사람에게 사랑받길 열망하게 된다. 짝사랑이 힘든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자꾸만 내게 끌어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종종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것만으로도 충분해' 라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그것이 기만이라는 방증은, 짝사랑이 남기는 수많은 상처들이다. 정말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것만으로도,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 짝사랑을 하면서도 행복해야한다. 하지만, 짝사랑은 결코 기쁨만을 수반하지 않는다.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누군가를 바라보는일은 고통이고 절망이며 감당하기 힘든 인내이다.
여기 세남녀가 있다. 정신이 불안정한 여자와 그녀의 호모남편. 그리고 그 남편이 사랑하는 남자친구.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균형을 이루어간다. 여자는 남편이 그의 애인과 헤어지는것을 반대한다. 남편의 사랑을 인정하고, 그의 남자친구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놓을 수는 없다. 육체적관계가 없는 허울뿐인 부부관계일지라도 그녀의 마음속의 남편은 이제 '이 사람 없으면 못 살것 같은'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남편 역시 그녀를 아끼지만, 그가 사랑하는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의 남자친구인 곤이다.
맙소사, 에쿠니 가오리라니. 공강시간에 학교 휴게실에서 늘어져서 잡고 읽어버린 책의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 라는것을 알았을때, 나는 심각한 인지부조화에 시달렸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에쿠니 가오리 류의 소설따위' 라는 생각을 머리속에 품고 살아왔다. 그런 가벼운 문체와,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들, 그리고 화려한 포장으로 쿨한척 포장하는 인물상등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다 인정하고 들어감에도, 이 소설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재미와는 별도로, 이 책의 여자주인공인 쇼코가 불쌍해서 이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쿨한 사랑따위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거다. 쇼코는 이미 무츠키를 원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절교를 서슴지 않을 정도로 무츠키는 그녀에게 소중한 존재다. 그런 그녀가 무츠키가 사랑하는 곤과 그들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셋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도모하고자 한다. 불쌍한 여자, 쇼코. 사람의 마음은 노력으로 되지 않는것을.. 당신은 아마 평생을 그렇게 그들의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살아야할지도 모르는데..
아, 모르겠다. 내가 대체 왜 쇼코에게 이렇게 절절하게 감정이입이 되었는지는. 하지만, '이럴 수도 있지' 라고 넘어가기엔, 쇼코는 분명 많이 아플것만 같았다. 앞으로 그녀의 목욕시간은 점점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녀는 무츠키를 놓을 수는 없겠지. 그게 그녀가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라면, 그렇게라도 함께 하고 싶은거라면, 그들의 '반짝 반짝 빛나는' 시간들은 아름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의 곁에 있다는 이유로 행복하다는 거, 이해하지 못할거 같다. 쇼코에게 말해주고만 싶다. 바보같은 소릴 하는 군요, 사랑한다면 사랑받길 원하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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