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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 ![]()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민음사 |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지지자를 공부하게 만드는 대통령이었다. 나는 그의 팬이 되면서, 한국현대사들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지역감정 문제를 깨달았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FTA에 대해서 공부했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던 시기에는 국제관계의 헤게모니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그는 죽어서도 지지자들에게 '사람사는세상' 에 대한 '숙제거리' 를 안겨주고 떠났다.
제레미 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이라 하여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아무리 제레미 러프킨이 유명한 학자이었던들, 단연코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 500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권력에서 물러났지만 결코 '이상적인 사회' 의 비전을 버리지 않았던 한 대통령의 애끓는 염원을 읽을 수 있었다.
모두에게 기회가 부여되는 공평한 땅, '아메리칸 드림' 의 신화는 깨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 을 실행으로 이끌었던 프랭클린의 인내, 절약과 같은 미덕은 사라진지 오래다. '아메리칸 드림' 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은, 다음 세대에 '정신' 은 사라지고 '풍요' 만 남기면서 희석화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모두에게 열려있는 기회의 땅' 이 아니라, '극심한 빈부 격차' 와 '빈약한 사회복지' 의 땅이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아메리칸 드림' 의 대안은 무엇인가. 제레미 러프킨은, '삶의 질 향상' 을 모토로 하는 유럽에 그 비전이 있다고 말한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다양성' '지속가능성' '공존' '삶의 질' 과 같은 키워드로 움직인다. 그들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미국인들과 달리, 사회구조의 불평등을 바로잡고 균형을 이뤄가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미국인들은 일하기 위해 살고, 유럽인들은 살기 위해 일 한다.
물론, EU 로 대표되는 유럽의 비전이 모두 장밋빛인것만은 아니다. 유럽의 출산율은 최저 수준이고, 이러한 인구 문제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민자들을 수용하는데에 달렸다. 게다가 유럽인들은 이런 이민자 소수민족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글로벌화 되고 있는 사회에 '문화적 다양성' 이나 '보편적 인권' 같은 개념은 미국 보다는 유럽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유러피언 드림' 은 이상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진행되고 있는 '현실' 이며, 지향해야 할 '방향' 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 꿈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유러피언 드림' 이야말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질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 그러나 끊임없이 물질만을 추구하는 사회. 보편타당한 가치가 세속적인 경쟁에 압도당하는 사회.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꿈을 끊임없이 꾸어야 한다. 대통령 노무현이 꿈꿨던 '사람사는 세상', 그가 남기고 간 가치있는 미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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