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 - 권오숙 지음/예경 |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알아? 지인이 불현듯 내게 물어왔다. 4대 비극? 어.. 햄릿, 리어왕, 오셀로... 또 뭐더라? 그렇게 고백하는 내게 지인은 책 많이 읽는다면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도 몰라? 라며 핀잔을 주었고, 나는 순간 자존심이 상했다. 물론, 비꼬거나 했던말은 아니었다. 장난스레 던진 말이었고, 누가 이 정도는 상식이라고 했기에 한번 물어본 것이었단다. 그렇지만, 존심이 상하긴 상했다. 4대 비극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래서 남은 하나는 뭔데? 라고 묻는 내게 돌아왔던, 맥베스라는 대답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맥베스? 그..그게 뭔데.
여튼, 이러한 서론으로 인해 셰익스피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를 한 권 읽고, 부족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이 책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를 잡아 들었다. 셰익스피어의 극을 주제로 한 서양미술을 토대로, 셰익스피어 연극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목차는, 비극부터 시작해서 희극까지 이어지지만, 내가 관심있게 본 부분은 역시 비극이었다. 햄릿, 리어왕, 오셀로, 멕베스. 누가 4대 비극아니랄까봐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의 운명이 기구하기 짝이 없었다. 먼저 햄릿. 햄릿은 '불확실성' 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햄릿의 그 유명한 경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 말해주듯, 주인공 햄릿은 끊임없이 번뇌하고 고민한다. 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령이 허상은 아닌지, 자신이 숙부에게 복수를 저질렀을때 자신은 어떻게 될지, 그렇다고 자살할 수도 없다. 죽음뒤의 세상을 햄릿은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오셀로의 비극은 '의심' 에서 비롯된다. 사랑하는 아내, 하지만 자신에게는 과분한 아내. 오셀로는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아내 '데스데모나' 를 의심한다. 그를 충동질하는 사악한 부하 이아고로 인해, 오셀로의 의심은 깊어만 간다. 그리고 그 의심은 결국 파국을 맞는다. 아내를 죽이고나서야 자신이 속고 있었다는것을 알게 된 오셀로. 되돌이킬 수 없는, 그렇지만 스스로 선택한 운명의 굴레앞에서 오셀로는 울부짖는다.
리어왕은 '무지' 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누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지 몰랐던 리어왕. 그는 결국 진정한 마음을 표현했던 막내딸을 내치고, 가짜 사랑으로 점철된 두 딸을 선택하고야 만다. 시간이 지난후에 돌아오는것은 후회, 그리고 다시 비극이다.
마지막으로 맥베스는 '욕심' 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세 마녀로부터 왕의 자리에 오를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멕베스. 그는 그 예언을 듣고는 왕위를 탐하게 되고, 결국 왕을 살인하는 짓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그 후... 왕위에 올라서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는 스스로를 파괴해 간다.
셰익스피어는 이렇듯, '불확실성' '의심' '무지' '욕심' 을 주제로 삼아 비극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대적 배경은 오래지만, 그럼에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비극의 씨앗은 지금 우리에게도 무관하지 않은것들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인물들이 가진 비극에 가슴이 저려왔다. 특히나 마음 아팠던것은 진실된 사랑을 바보같이 놓쳐버린 인물, 오셀로였다. 질투에 눈이 먼 애석한 사내. 가장 적극적인 '꾀임' 에 인생을 저당잡힌 남자. 아, 불쌍한 오셀로...
셰익스피어의 중요한 여러 작품들을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은 유용하다. 극의 중요장면을 실감나게 잡아놓은 그림과 저자의 설명과 함께라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눈앞에서 그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것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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