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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 ![]() 에드워드 L. 데시 & 리처드 플래스트 지음, 이상원 옮김/에코의서재 |
독서에 재미를 붙였던 순간을 기억한다. 대학교 2학년 어느 여름방학 때였다. 그 전에 나는 시시껄렁한 연애소설을 읽는것을 좋아하고, 국어과목 자체를 좋아하긴 했었지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대학에 오자마자 소위 '대학생 필수도서 100선' 같은 목록을 보노라니 더욱 독서에는 밥맛이 떨어졌던게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대학교 2학년 어느 여름방학, 나는 노영심의 <선물>이라는 책을 읽었고, 그 해 처음으로 독서권수 100권을 넘기며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아마, 내가 대학교 2학년때 읽었던 책이 <선물>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것이다. 꼭 <선물>이어서라기 보다는, <선물>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때 그 동안은 왜 이렇게 책 읽기가 싫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의 독서란 '읽어야만' 하는 책의 개념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 술 더떠서 '언제까지 읽어야만 하는' 그런 통제의 개념. 그러니, 읽기 싫었던거다. 독서는 곧 공부였고, 강요였다. 그래서 재미도 없었고 읽기도 싫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책을 싫어하는 인간은 아니었던거다. 스스로 선택한 책에서 재미를 느낀 순간, 나는 다른 책들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넓혔고 곧 독서를 즐겁게 여기게 되었으니까.
이 책, <마음의 작동법>은 그 때 내가 느꼈던 '자율성의 여부' 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양상에 대해 분석해놓은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자율성' 을 큰 축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두 그룹에게, 퍼즐 풀이 같은 과제를 부여해보았다. 한 그룹에게는 과제수행의 댓가로 돈을 지불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어떤 그룹이 심리적으로 그 과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까. 정답은, 돈을 받지 않은 그룹이다. 정말? 그렇단다. 돈을 받지 않으면 스스로 '이건 내가 원해서 한 일' 이라는 자기설득을 하기 때문이라고. 신기한 일이다. 돈을 받으면 오히려 좋게 평가해야 할텐데, 돈을 받는순간 그것은 '돈을 받기 위해서 한 일' 뿐이 되어버려 평가에서 오히려 반감된다는 것이.
흔히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된다' 라는 말을 하고들 한다. 왜? 직업이 되는순간 좋아하는 일이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언뜻 들으면 말이 안된다. 좋아하는일도 하고 돈도 받는데, 그것 만큼 좋은일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좋아서 했던일에 급여라는 '보상' 이 지불되는 순간, 퍼즐풀이 실험에서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일어난다. 즉,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했던) 좋아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좋아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 로 전락되고야 마는것이다. 그러니, 흥미는 떨어지고 '좋아하는 일' 마저 잃고 만다. 오호, 통재라.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물론, 방법은 있다. 자율성을 화두로, 자신이 하는일에 '돈 말고 다른 동기' 를 부여하는것이다. 사람에게는 6가지 열망이 있다고 한다. 그 중 외적 열망(돈, 명예, 외모)이 아닌 내적열망(인간관계 욕구, 공동체에 공헌하려는 열망, 성숙한 개인이 되려는 열망) 에서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동기를 새롭게 찾는것이다. 즉,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 가 아니라 원래 자신이 좋아서 하던 그 일을 하던 때의 동기로 돌아가는것이다. 그러니, 일을 통해 즐거우려면 일을 통해 내적열망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드럽게 재미없는데 돈은 많이 주는 직업이, 결코 행복을 담보할 수 없는 이유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내적열망과 취업사이의 관계를 열심히 들여다 보았다.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나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 일. 관심있는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 공동체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런 직업. 마음은 '스스로 선택' 한것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내적열망' 을 따라 움직인단다. 그리고 이건 바뀔 수 없는 '마음의 작동법' 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때 그렇게 매뉴얼 해놓은것이다. 그러니, 방법은 내가 그 마음의 작동법대로 따라가야 할 뿐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일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통제감이 가장 클 때 가장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홈 구장에서의 승률이 높은것도 이 '통제감' 덕분이고, 드럽게 재미없던 책이 어느 순간 재미있어졌던것도 '읽어야만' 한다는 짐을 벗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들을 '더욱 열심히' 하며 살아야겠다 한다.
언젠가 죽마고우 김 양은 요즘 심리학 공부에 빠져있다는 나에게, ' 취업준비나 할 것이지, 지금 이 때에 왜 쓸데없이 심리학이나 공부하고 있냐' 라며 핀잔을 준적이 있었다. 친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리고 나를 걱정했기에 했던 말이라는것을 잘 알지만) 나는 아마도 계속 심리학 책을 읽으며 공부를 이어갈것만 같다. 이러한 것들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글쎄, 스스로 만족하는 힘이야말로, 그 자체로 내게 주는 가장 큰 '보상'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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