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삶의 경험을 제한하는 또 다른 기대는 인생 최고의 목표가 행복한 삶이라는 믿음이다. 동화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모호한 말로 끝난다. 하지만 행복은 그렇게 몸 바쳐 얻어야 할 것이 아니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공포나 슬픔, 역겨움, 분노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나 오페라를 일부러 보러 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극장에서든, 히말라야 산속의 극한 환경에서든 이런 감정을 경험하는 것에는 우리를 끌어당기는 무엇이 있다. 우리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에서부터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감정을 추구한다. 공포는 행복이 아니다. 슬픔과 역겨움, 분노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분노나 역겨움이라는 감정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행복은 그저 거짓 개념에 불과하다. 자연스럽지도 않고 많은 이들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도 아니며 인간 발달을 촉진하지도 않는다.
행복만을 바라게 되면 오히려 인간 발달이 저해된다.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경험이 억압되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 슬픔을 억누르고 위험과 맞닥뜨렸을때 두려움을 부정한다. 살아 있음의 진정한 의미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폭넓게 경험하는 것이다. 행복만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감정의 경험을 가로막고 결국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쉽다.
- <마음의 작동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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