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네마 천국

아버지의 이름으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by 김핸디 2012. 2. 13.




전두환의 자식들은 전두환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 한 번 생각해보자. 국민들이 욕을 하는 그 전두환 말고, 아버지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전두환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전두환이 우리 아버지라면 나는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처럼, 그를 싫어하며 욕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한국형 느와르 액션물이지만, 관객인 나로 하여금 이런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나쁜 놈들은 그 가정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쁜 놈들은 사회에서는 물론 그냥 '나쁜 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어떠한가. 특히 그 자식들에게는 말이다.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분)은 권모술수와 뒷돈의 황제. 그는 10억짜리 전화부를 들고다니며,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종친회, 변호사, 검사등을 움직인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에게는 끔찍하고 자상한 아버지일 따름이다. 아들의 영어공부를 직접 챙기며, 잠자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줄도 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그저 사업하는 사람이고,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장의 모습이다.

나쁜놈 최익현은 나쁜짓을 해서 자식을 보란듯이 키워낸다. 경제력으로 공부를 시키고, 외국 유학을 보내고, 마침내 그 자식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쁜놈들을 잡아넣는 검사가 된다. 아들은 물론 모른다. 자랑스런 내 아버지, 고마운 내 아버지. 그러나 현실은? 정의에 첨병에 서 있어야 할 검사를 만든것은 검은 돈, 더러운 술수, 비열한 계략에서 비롯된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하고 정직하게 돈 벌어서는 그리 쉽게 큰 돈을 만지면서 살 수 없다. 누군가를 쥐어 짜야하고,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고, 끈과 연을 최대한 들이대야 꽤 살만하다. 그리고 그렇게 양심을 팔면서, 법을 가볍게 비웃으면서 살아가는 남자들의 정체성은 결국 '아버지' 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좀 더럽게 살더라도, 내 자식이 잘 되기를 물심양면으로 기원한다. 그 아버지의 권력과 부를 통해 키워진 자식들, 똥 묻은돈으로 키워진 그 엘리트들은 과연 정당하다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좀 부족하더래도 올 곧게 사는게 옳은걸까. 아니면 내 손에 더러운것을 잔뜩 묻히더래도 내 자식만큼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게끔 길을 닦아두는것이 더 나은걸까. 이 걸쭉하고 피 튀기는 느와르 영화는,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나에게 자꾸 그러한 생각과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것은 과연 무엇인가. 아버지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