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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수용가능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열여덟, 열아홉>

by 김핸디 2012. 2. 23.




누군가 나한테 "나는 동성애자야" 라고 말한다면,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난 사실 우리 친오빠를 사랑해"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너 미쳤냐?" 라고 쏘아붙이며 크나 큰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편치가 않았다. 가녀린 여고생과 순수한 남학생. 포스터 안의 그들은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지만 문제는 그들이 이란성 쌍둥이, 즉 남매라는 거다.


내가 동성애를 이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 남매의 사랑은 도저히 받아 들여지지가 않는 걸까? 남매간의 사랑도 결국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 의 범주이긴 할텐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까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또 어디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는가.

일단, 남매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비윤리적' 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근친간의 모든 관계, 즉 남매, 엄마-아들, 아버지-딸, 시어머니-사위, 시아버지-며느리 이 모든 관계가 성적인 애정관계로 나아갈때에 그것이 비윤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근친의 사랑은 비윤리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윤리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았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거나 행해야 할 규범' 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근친의 사랑은 우리가 수 천년동안 지녀온 '가족' 의 의미를 해체하는 행위이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지켜야할 '아가페' 혹은 '필로스' 적 사랑을 저버리고, '에로스' 적 사랑을 추구하는것이 문제가 되는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본능과 이성이 끊임없이 싸우는 존재이고, 본능으로서의 인간이 이성으로서의 인간을 이기지 못하고 남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배고프면 먹고, 자고싶으면 자고, 하고싶은대로 모든일을 한다면 그것은 결국 짐승과 다를 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프로이트에 따르자면 모든 인간은 근친의 욕구본능을 어느정도는 지니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잠재하는 본능을 우리는 '윤리' 의 이름으로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식욕을 가진 인간이지만 동족인 사람을 먹지 않는것과 같은 '윤리적 체계' 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먹어야 돼, 가 본능이라면 먹어야 할것과 먹지 않아야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이성인 것이니까. 인간은 인간이기에 이성으로 본능을 컨트롤 하고, 이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윤리적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요소가 된다.

자, 그럼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동성애는 어떤가? 내가 동성애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내가 동성애를 '비윤리적' 의 범주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나는 동성애는 비윤리적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기독교인이고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리를 따르고 있지만, 이성적으로는 동성애를 비윤리적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성적취향은 '선택할 수 없는것', 즉 사람의 의지에 반하는 일 이라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친간의 사랑은 사람의 '의지' 에 달려 있다. 하지만, 동성애는 누군가의 '의지' 로 인해 바뀔 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남매의 사랑은 의도를 고려했을 때 비윤리적이지만, 동성애는 그렇게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근친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것을 금지했을 때 분명 다른 교정의 대안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 남자가 아니라도, 그 여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물론 사랑에 빠지면 상대를 대체불가능한것으로 여기겠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는 그렇지 않다. 남자를 사랑하는것을 금지한다고, 동성애자로 태어난 그가 여자를 사랑하게 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흠... 관용적이라는것은 대체 어디까지를 허용할 수 있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것일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몰입도 안되고 공감도 안되는 이 별 볼일 없는 이 영화는, 뜻밖에도 나에게 윤리와 비윤리 그리고 사람간의 관계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다. 그렇지만 뭐, 백번 생각해봐도... 남매라니,(하다못해 배다른 남매라면 또 모르겠다만!) 쌍둥이라니... 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