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식을 했다. 아는 오빠가 취업턱을 냈고, 덕분에 고기를 정말이지 간만에 목까지 올라오게 먹을 수 있었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은, 그리고 등심은, 너무나 맛있었다. 눈물이 나도록 맛있었다. 그래서 먹었다. 어쩌면 다시는 고기를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이 마지막인 날인 것처럼 나는 고기를 먹었다. 삼겹살이, 또 등심이 너무나도 입에 착착 달라 붙었다.
2. 볼링을 쳤다. 신나게 움직였고, 덕분에 고기의 배부름을 어느정도 덜어버릴 수 있었다.
3. 그리고 집에 왔으면 좋았을텐데... 다시 치맥을 했다. 사람들의 모임, 코스란 대개 그런 것이었다. 일찍 만났던 관계로 고기만 먹고 볼링만 치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치킨과 맥주를 먹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합의가 이루어졌고, 치킨집으로 향했다. 나는 배가 아직도 많이 불렀었지만, 일단 치킨집에 발을 들이자 습관처럼 손이 가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손이 갔고, 입은 받아들였고,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먹었다. 치킨과 맥주를. 치킨과, 맥주를!
4. 오늘은 대체, 그러니까 얼마의 칼로리를 섭취한걸까. 후회같은건 없다. 그렇지만, 나는 그냥 내가 조금 부끄럽다. 왜 나는 고기와 치킨 앞에서는 이토록 무절제한 인간일걸까. 배가 부른데도 손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만나면 고기나 치킨을 먹는걸까. 고기와 치킨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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