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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59

마음을 여는 영화, <시> 인정한다. 나에게 이 영화는 분명 '후광효과' 를 업고 있었음을. 권위 따위에 쉽게 굴복하지는 말자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었건만, 칸 영화제 수상의 위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흘려야만 했던 눈물과, 음악도 없이 흘러가는 크레딧을 망연히 보며 먹먹했던 가슴은 결코 칸 영화제 수상작에 기댄 감정이 아니었다. 한 인간이 숱한 번뇌와 고민끝에 '자신의 참 목소리' 를 내는 과정은 뜨거운 울림 그 자체였다. 굳이 '칸 영화제 수상작' 이나 '이창동의 작품'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할 이유는 없었다. 주인공 미자(윤정희 분)는 고운 할머니다. 하얀 피부에 스커트자락을 흩날리며, 소녀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팔이 아파 찾은 병원에서.. 2010. 9. 21.
텍스트의 전복, <방자전> 텍스트는 쓰여진다. 그것을 쓰는것은 작가다. 물론, 작품은 독자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텍스트를 구성하는것은 작가고, 작가가 쓰고난뒤의 텍스트는 변하지 않는다. 독자가 아무리 이러쿵 저러쿵 해석의 나래를 펼쳐봤자, 주인공과 그들의 관계는 고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인 김대우는 '쓰여진' 텍스트를 뒤집어 엎는 과감함을 펼쳐보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이 작품은 쓰여진 춘향전을 해석하지 않았다. 그냥 전복시키고 새로운 텍스트를 완성했다. 그래서 영화는 '쾌걸 춘향' 이나 '新 춘향전' 같은 원전에 기댄 제목을 빌리지 않는다. 재구성을 넘어선 스토리텔링. 말 그대로, 의 '탄생'이다. 우리는 늘 주인공에 주목한다. 하지만, 한 사람 한.. 2010. 9. 21.
유쾌한 청년들을 보라, <네이키드 보이즈 싱잉> 지난 주에 연극 수업을 듣는데, 잠깐 노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쌤의 논지란 이런거였다. '노출은 자기 스스로가 즐길 수 있을때만 아름다운것이다'라고.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치마뒤를 무언가로 가리거나, 별로 파이지도 않은 가슴께를 손으로 연실 가려대는 일부 여성들의 태도를 박쌤은 못마땅해했다. 이유인즉슨 여성들은 자신의 그런 행동을 '조신함' 의 상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가림은 이미 자신의 노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보는 이들에게 오히려 민망함과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반면, 재미교포 출신애들이 인천공항에 방학되면 탱크탑만 입고도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작 그들은 노출을 너무도 당당하게 즐기기에 몸매가 아름답지 않아도 그 태도 자체로 매료된.. 2010.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