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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심리학적 고찰, <인간의 두 얼굴>

by 김핸디 2010. 10. 8.
인간의 두 얼굴 : 내면의 진실 - 10점
EBS <인간의 두 얼굴> 제작팀 지음/지식채널


  어제 도서관에 갔다가 단숨에 읽어내린 책이다. 솔직히 처음 책을 접하고 몇 페이지 넘겼을때는 그저 그런 심리학서려니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왠만한 대중심리서적은 다 간파한 나에게, 책 초반의 나오는 심리학적 실험들은 무척이나 익숙하고 또 그러기에 진부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는 지식도 다시 보자' 라는 철칙을 갖고 있는 독자.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일 지라도 책을 통해 정리해본다면 그것도 가치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가면서, 끝까지 읽어내린 책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을 수 있었다.

  책은 초중반까지 '인간의 착각' 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을 보여준다. 그래서 별다를거 없어 보였지만, 결말을 보노라면 이 책이 얼마나 잘 짜여졌는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심리학책은 재미있는 심리학 실험 사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걸 일상에 적용하고, 사람들에게 심리학의 유용성을 내비치며 끝난다. 사실 그 정도만 되도 굉장히 재밌고 가치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위대한 이유는 그 심리학적 실험들을 '더 나은 세상' 을 위한 밑 바탕으로 깔았다는데에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연 '주제'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잘 쓰여진 논문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대략적으로, 1) 인간을 착각하는 존재다. 2) 인간이 착각한다는 것은 이러이러한 심리학 실험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 인간의 이러한 착각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만들고, 그러기에 인종 성별 환경등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사람을 잘 못 평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4) 하지만 인간의 착각이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것은 아니다. 5) 긍정적인 착각도 존재하며, 그러한 착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이 책이 그저 그런 심리학책과 구분되는 지점은 저 4번에서의 터닝포인트를 이루면서이다. 인간이 가진 다수편향적, 자기중심적 사고의 착각들을 보여주다가 '긍정의 힘' 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낙관적, 의지적 착각을 보여주는 순간, '심리학적 실험' 을 어떻게 보여주고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독보적인 시각이 드러나며 나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원래 이 책은 EBS다큐로 제작된것을 책으로 옮긴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기획력' 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자질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거의 아는 실험들이었지만, 이 책의 제작진들은 잘 알려진 심리실험을 맛깔나게 구성해서 '긍정의 착각이 낳는 더 나은 세상' 을 향한 논리를 펼치고 있었다. 같은 소재라도 이렇게 요리될 수 있구나. 현명한 기획력과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명품 다큐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식은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을까. 작년까지는 무조건 '지식의 축적' 만이 최고라고 여겨왔던 나에게 올해 들어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 질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세상을 바꾸는 인문학적 고찰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지식은 축적도 중요하지만, 가공이 더 중요한 법이리라.

  인간은 두 얼굴을 지녔다. 동의한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 두 얼굴중에서 선의 얼굴 혹은 악의 얼굴을 사용할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일 아침에 좋은일이 일어날거라고 믿는가,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는가, 이 시간이 내게 시련을 주지만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고 믿는가, 역사는 발전한다고 믿는가. 그렇게 믿어보자, 우리의 착각은 착각대로 우리를 이끌어 갈 것이다. 


세상이 아름답고 공평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믿고 생각하면 그렇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 샐리 테일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