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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바르가스 요사'를 읽다, <새엄마 찬양>

by 김핸디 2010. 10. 9.
새엄마 찬양 - 10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문학동네


  이 소설, 짜릿하다. 초반부부터 터져나오는 에로틱한 묘사가 그러하고, 후반부에 반전이라 할만한 소년의 본 모습이 그러하다. 순수하다 못해 백지같은 그 사랑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나는 넋을 잃고 '헐' 하고 기분좋은 뒤통수를 맞을 수 밖에는 없었다.

  길티 플레져라는 말이 있다. 금기된 사항을 남 몰래 즐기는것을 말한다. 금기라는것은 사람에 따라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남에게 알리기는 좀 부끄러운' 종류의 취미생활이나 비밀같은것이 있다면 그것이 길티 플레져의 범주에 속할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길티플레져의 은밀한 유혹을 제대로 건드리고 있다.

  새엄마를 유혹하는 미소년 의붓아들. 뭐, 이런 패륜적인 설정이 다있어? 싶다가도 이성을 이기는 본능이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물론 머리속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데 읽어볼만하지 않겠어' 하는 자기합리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 에로티시즘을 차치하고라도 읽고 나면 그 자체로 느껴지는 오묘한 기분에 '와' 하며 엄지를 치켜들게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에로티시즘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의 지점, 외설과 예술을 구분짓는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의 영역이리라.

  중간중간, 우리가 익히 아는 명화와 신화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간 점도 매력적이었다.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아빠,새엄마,그리고 의붓아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심리전에만 지치치 않도록, 작가는 종종 집안 구석구석에 걸려있을법한 그림들로 독자들을 초대해 '번외편'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편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니, 잘 쓴것같고 명작인것 같은 '사후편향성' 사고를 하고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책이 정말로 잘 읽히고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고나니 문득 <천사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누군가가 써놓은 '알폰소의 나이는 몇살일까' 라는 리뷰제목을 보노라니 더욱 그랬다. 알폰소, 그는 정말 어떤 인물이었을까. 캐릭터를 곱씹으며 다시금 이 책의 참맛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