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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내 삶의 길목에서] 그리운 스포트라이트

by 김핸디 2010. 10. 29.


학교오면서 <나는 전설이다>의 OST를 들었다. 락밴드를 다뤘기에 노래들이 다 흥겹기에 그지없는데, 이런 노래를 듣노라니 '아 나도 무대에 설때가 있었는데' 하며 상념에 젖어들게 되었다. 고등학교때까지 나는 완전히 무대체질이었다. 거창한건 아니었지만, 전교생앞에서 마이크를 잡아본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왠만한 애들보다는 특출났다고 하겠다.

노래를 잘해서도 춤을 잘춰서도 아니었지만, (내 생각에는 별로 나서는이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마이크 하나 들고 대중을 선동(?)하는게 재미있었다. 잘한다 잘한다 하는 입에 발린 말도 듣기 좋았고, 와~하고 들려오는 함성에 짜릿해지기도 했다.

사실 수백명앞에서면 오히려 몇십명앞에 서는것보다 덜 떨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그냥 뭉텡이로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쿵쿵 울리는 음악하고 싸구려 조명까지 덧붙여지면, 이건 뭐..그냥 무아지경의 상태로 빠져드는거다.

그런가하면, 영화의 주연을 한 것도 내게는 기억에 남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 1학년, 영화감독의 꿈을 품었던 나는 이름도 거창한 우리학교 영화부에 들어가 당당히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주연까지 내친김에 도맡았다. 영화 내용이야 유치하기 짝이없는것이었지만, 영화를 보며 수백명의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 폭소를 터뜨리는게 으쓱했다.(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연기가 어색해서가 아니라 영화의 장르가 코믹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영화 끝나고 이어지는 무대인사.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 동원한 친구들이 몰려서 '와~' 하고 소리를 질러주었다. 그럼 난 수줍게 톱스타라도 된양 하지말라고 손을 저으며 웃어보였지. 아, 표정만큼은 톱스타 못지 않았던 그 때! 생각해보니 얼마나 즐거운 추억이었던가. 수백명의 눈동자와 수십명의 환호성이 내게 집중된다는것은.

지금은 비록 찌질이 대학생에 걍 취업준비생에 불과하지만, 그래, 내게는 그렇게 빛나던 스포트라이트의 순간이 있었다. 그 시절이 언젠가는 다시 한번쯤은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불특정 다수 100인 이상에게 사인을 해주겠다던 나의 (얼척없는;) 위시리스트를 지우지 못하며 꿈을 꾼다. 예~ 예~ 제가 바로 그 미친 존재감 바이런입니다. 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