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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당신이 읽는 책이 당신을 말해준다.

by 김핸디 2010. 11. 2.



오늘따라 왜 이렇게 블로그에 대고 지껄여대는지 모르겠다. (아직 머리속에 지난주에 다녀온 에버랜드에 대한 평과 어제 보고 온 부당거래에 대한 이야기마저도 다 꺼내놓지 못했건만;) 여튼, 지금은 도서관이라 계속 틈틈이 컴퓨터를 쓰고 있는데, 아까 책을 대여하다가 내 앞의 1人이 대여하는 책 목록을 힐끗 보게 되었다.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 그리고 파슨스의 구조주의였던가? 뭐 여튼, 딱 봐도 한눈에 '난 학구적인 책입니다' 를 풍겨내고 있는 사회과학 서적들이었다. 나는? 내려다 본 손에는 사촌동생이 부탁해 대여한 경성에 관한 책과, 내가 좋아하는 여울이언니(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저자를 이렇게 아는 사람처럼 부르곤 한다. 여기서 여울이 언니는 정여울씨를 뜻한다.)가 언급해서 관심이 생긴 <그의 20대>와 <악기들의 도서관>이 들려있었다. 장르는 소설과 아마도.. 에세이.

학술적 도서를 대여하는 그 학생에게 뭐 자격지심같은걸 느낀건 아니었다. 나도 예전에는 그람시,막스베버등을 읽었었고 그때의 내가 '사회학사를 배우며 사회학적 이론에 심취한'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을뿐이니까. 다만, 그 학생과 나를 비교해보며, '아, 나는 이렇게 사회과학서적이 아니라 소설과 에세이를 읽는 인간이구나' 하는 자각을 할 수 있었다.

네가 읽는 책이 너를 말해준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소설과 에세이를 읽는 인간이다. 예전에는 문학의 무용함이 허무했다. 인문사회서적을 읽으면 터져남을만큼 많은 지식이 머리에 남는데, 문학은 달랑 감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갈수록 왜 그렇게 지식보다는 감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던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슴을 탁 하고 치고 가는 그 무언가. 그래서 언젠가부터 문학을 더 자주 손에 쥐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참 재미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열렬히 좋아했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정치관련 책을 자주 읽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인문사회과학서적을, 그리고 졸업을 앞둔 지금에는 문학을 주로 읽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네가 읽는 책이 너를 말해준다' 라는 말은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래, 문학을 읽는 인간이다. 그리고 문학을 읽는 인간이 지금의 나다.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이 땅을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중간한 나이의 20대, 그게 지금의 나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