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정이 넘어 시장이 모두 파한 거리를 거닐 때면, 그 날의 아우성이 들려오고 살풍경이 눈에 밟힌다. 그나마 문신 새긴 청년들은 차라리 정직해 보인다. 정체를 분명히 밝힌다면 그만큼 싸우기가 쉽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 민중의 삶을 근거부터 짓밟는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순진한 깡패가 아니다. 산뜻한 옷차람에 교양마저 뚝뚝 묻어난다. 문신도 없다. 시장 바닥의 아주머니를 발로 걷어차지도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그들을 시장에서 몰아낸 것 또한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마침내 민중을 삶의 테두리 밖으로 투신시킨 것도, 분신시킨 것도 정작 그들이 아니던가.
- 손석춘
공익적 가치가 실종되고 사회적 연대의식이 싹틀 수 없는 사회는 '나 먼저 살고 보자','내 것은 무조건 지키고 보자' 는 이전투구의 풍토를 만들어냈다. 애석한 것은 '나만 안 떨어지면 된다' 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이 위태롭고 협소한 외나무다리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기감으로 사람들은 더욱 악착스레 매달리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리의 것과 함께 내 것을 지키고, 생존을 넘어 인간적 삶을 되찾기 위해.
- 홍세화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결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글.
'청춘의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만번의 강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0) | 2010.11.23 |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상상력,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0) | 2010.11.16 |
21세기 한국문학 10년 최고의작품 (0) | 2010.10.27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0) | 2010.10.18 |
노벨문학상 수상자 '바르가스 요사'를 읽다, <새엄마 찬양> (2) | 2010.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