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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 ![]() 임승수 지음/시대의창 |
임승수, 참 대단하다. 지난번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에서도 느꼈지만, 어려운 맑스사상을 아주 쉽게 풀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사실 일전에 임승수 강연을 한 번 들은적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해 풀어 준 강의였고, 그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했다. 그리고 참 편안했다. 그래서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를 집어 들었다. 이 사람이 쓴 책이라면 믿을만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역시나였다. 처음엔 조금 난해한듯 보였지만 읽다보니 머리속에서 맑스가 뛰어놀고 있었다. 차근차근 기본부터 시작해서 '더 나은 세상을 꿈꿔봅시다' 라는 결론에 이르러서는 좋은 사회과학책이 주는 감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 맑스는 이렇게 세상을 바라봤구나, 정말 알아갈수록 천재적이고 위대한 학자구나. 눈앞에 것만 생각하고 사는 요즘의 나에게, 책을 통해 말을 걸어온 맑스의 철학은 깊은 감동이었고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마르크스 철학이란 무엇일까. 일단 그 얘기부터 시작하자. 철학은 '세계관' 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마르크스 철학이라는것은 마르크스 세계관이라는 뜻이고, 즉 맑스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것이 '마르크스 철학'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맑스는 세계를 '변증법적 유물론'의 시각으로 보았다. 유물론이라는것은 보이는 나무의 '존재'를 기초로 하여 세상을 파악하는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가 있게 된 외부환경을 연구하는 과정이 '변증법적' 으로 이루어진다. 변증법적이라는것은 말 그대로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모순'이 발전을 낳는다는 기본적인 세계관으로 이러한 과정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법칙으로 이루어진다.
1. 대립물과 통일과 투쟁법칙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법칙은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존재한다는것이다. 이를테면 봉건지주귀족과 새로운 자본가 계급이 동시에 존재했던 예를 들수가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상이한 두 계급은 '모순' 을 일으키며 투쟁을 벌이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부루주아지들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어 봉건사회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2. 양질 전화의 법칙
양질 전화의 법칙은 쉽게 말해서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라는 것이다. 얼음의 예를 들어보자. 얼음을 가열한다면, 열이 전달되면서 그 안의 물 분자의 양이 변화하게 된다. 양적변화가 일어나는것이다. 이것은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영하에서 섭씨 0도에 다다르는 순간 얼음이 물로 '질적' 변화를 이루어낸다. 이때 질적변화는 양적변화의 누적으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3. 부정의 부정 법칙
부정의 부정 법칙은 사물이나 현상의 발전 과정에서 낡은것이 새로운것으로 대체되는것을 뜻한다. 변증법적 부정이란 이전의 낡은 것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발전적으로 취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버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변증법적 발전의 방향은 '진보' 이며, 대추씨는 스스로를 '부정' 함으로 대추나무가 되고, 다시 대추나무는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또 다른 '대추씨'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처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기 보다는, '부정의 부정' 을 통해 처음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양이라던가 품종의 차이)를 양산해내는 진보의 법칙이다.
맑스는 헤겔의 유물론을 토대로 이러한 역사의 발전법칙을 발견해냈고, 이것을 '역사유물론' 을 통해서 역사의 발전방향에 적용시킨다. 사회과학이 과학이라고 불릴 만한 인류 역사의 발전 '법칙' 을 발견한것이 맑스의 위대한 점이라고 하겠다. 맑스가 역사 발전에 결정적인 요소로 본것은 바로 '생산력과 생산관계'였다.
역사가 진보함에 따라 새로운 생산력(예를 들자면 농업->공업)과 낡은 생산관계(지주-농노 계급)의 모순이 일어나고 이 갈등과 투쟁의 관계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그리고 혁명은 새로운 생산력의 승리로 귀결, 역사는 한층 진일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자본주의 세계도 어떠한 '보편적' 체제가 아니라, 이러한 발전 과정속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단계'이며, 그렇기에 이 사회에서도 모순이 일어나고 차츰 극대화 됨으로써 새로운 시대로 진보할것이라는 믿음. 맑스가 자본주의 다음으로 바라본 세계는 원시공동체 사회와 비슷하지만 '부정의 부정' 을 통해 더욱 발전한 '사회주의' 체계였다.
오늘날 맑스주의를 공부하고 생각해보는 이유는, 맑스의 주장대로 '사회주의 사회' 로의 이양의 측면을 강조한다기 보다는, 자본주의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상상력을 발휘하자 라는 취지에 그 가치가 있을것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냐고 외쳤던 말은 혁명이었지만, 오늘날 현실이 되었고 무상급식에 '그게 말이 되냐' 라고 외쳤지만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이 자본주의 세계관은 결코 보편적인것이 아니며, 자본주의라는 토대위에서 생겨난 '존재의 의식' 에 불과하다. 인간은 더욱 더 나은 역사를 만들어갈 자격이 있으며, 그것이 오늘날 맑스철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할 수 있을까. 역사는 그렇게 증거해왔고 이제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손에 그 정답이 달려있다.
"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해왔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칼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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