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 얼굴 : 외부 조종자 - EBS <인간의 두 얼굴> 제작팀 지음/지식채널 |
왜 저래, 바보같이? TV앞에 앉아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며, 우리는 종종 이렇게 외치곤 한다. 그런데 웃긴건 드라마 속과 비슷한 상황이 우리에게 닥쳐온다면 우리 역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멍청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바둑도 훈수 놓는 사람이 가장 실력이 좋듯, 우리는 상황'밖'으로 나와서야 상황'안'이 얼마나 답답했는지 깨닫는다.
사람은 이렇듯 '상황' 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여겼던 나치의 충실한 군인은 한나 아렌트에 의해 상황에 의해 희생된 '평범한 사람' 임이 밝혀졌고, 이라크 포로를 학대하고 괴롭혔던 미국 군인들은 짐바르도의 '죄수-간수 실험' 을 통해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몰고갔음이 드러났다. 그들의 잔혹하고 악날한 행동들은 그들의 성품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 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말은 다시 말하자면, 누구라도 그런 상황속에 놓이게 되면 잔인하고 포악하게 변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상황에 굴복하는 것이 인간이라니... 그렇다면 대체 한 인간의 의지와 사고능력은 어디다 써먹는단 말인가. 그러나,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부정적인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이라면, 긍정적인 상황에도 분명 반응할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래 그럼 이제 '상황' 을 좀 더 긍정적으로 조작해보자.
먼저, 사소한 조명기구와 화단을 설치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다. 빨간빛보다 파란빛의 가로등앞에서 범죄율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화단을 설치했을뿐인데 거리가 깨끗해지기 시작한다. 무언의 상황변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행동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어라? 좀 더 나아가본다. 상황이 악마를 만들 수 있다면, 상황이 천사를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과연. 사람은 다행히도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신생아들은 자신의 울음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의 울음소리에는 반응하며 따라 운다고 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타인의 고통에 같이 신음할 수 있는것도 바로 이러한 능력과 거울뉴런에 기초한 공감능력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은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타인의 고통을 내것이라고 느끼고 '구해야한다' 라는 판단이 전광석화처럼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행은 바이러스처럼 보는이로 하여금 '동조' 를 일으켜낸다. 한 사람의 영웅이 그것에 감화된 수 많은 영웅들을 만드는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것을 뜻하며,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듯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세 사람의 의해 폭발적으로 커진다. 첫번째 영웅의 존재, 그리고 그를 동조하는 두번째 영웅의 등장. 사람들은 여기까지는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집단' 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내 세번째 영웅마저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들을 '우리' 로 인식하고 너도나도 행동을 바꾸기 시작한다. 모두가 힘을 모아 지하철을 밀어, 한 사람을 구해냈던 기적같은 실화는 바로 이렇듯 한 사람, 두 사람, 그리고 세 사람이 시작했던 엄청난 변화의 에너지였다.
2003년 1월에 일어났던 신당역의 '기적'
사람들은 상황에 의해 변한다. 그리고 그 상황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옳지 않은것에 쉽게 동조할 수 있지만, 누군가 옳은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동조심리는 와르르 무너진다. 그리고 그 옳은 소리에 한 사람, 두 사람이 새롭게 귀 기울이면 전세는 역전될 수 있다. 결국 사회를 악인으로 넘치게 하는것도 선인으로 넘치게 하는것도 '우리' 들이 만드는 상황에 달려있다.
책은 '당신이 먼저 외쳐라' 라고 얘기한다. 당신이 옳다면, 반드시 당신을 따라 두번째 세번째 사람이 나올것이고, 그렇다면 당신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거라고. 그 때, 인간에 대한 회의감과 실망은 희망과 환희로 바뀔 수 있을것이라고. 동조하는 어리석은 대중은 지배당할 것이고, 그 길이 아니라고 외치는 한 사람의 영웅은 상황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영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영웅이 되어주기를, 적어도 세 번째 동조자가 되어주기를 '상황'은 지금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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