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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그게 진실이야, 그래도 난 너희들을 사랑해 <그을린 사랑>

by 김핸디 2011. 8. 12.




드디어 봐야지, 봐야지 하던 영화 <그을린 사랑>을 봤다. 초중반부는 지루했고, 후반부는 쇼킹했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잠시 '대체 왜 이렇게 호평을 받는거지' 갸우뚱 했고, 곱씹으면서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영화 <그을린사랑>은 진실에 직면하는 용기와 그것을 감싸안으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었다면 진실을 감추려고만 노력했을것이다. 그 애들이 받을 상처를 위해서, 그 사람이 받을 상처를 위해서... 혼자 진실을 껴안고 끝까지 비밀을 묻어두었을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여성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진실을 직접 마주하게 하고,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뛰어넘도록 한다. 

말로 차마 얘기하기도 어려운,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쌍둥이와 그들의 형. 여자는 하나 하나 그 참혹하고 괴로운 과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엄마의 유언을 따라 움직이던 쌍둥이들은 충격에 휩싸이지만, 결국 그들은 용기내어 도망치지 않고 그들의 숨겨진 형제를 마주한다. 그리고, 그들의 형제 역시 그들의 어머니를 마침내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늘 때로는 '모르는게 더 좋은' 비밀과도 같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무리 끔찍한 현실일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과거와 화해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진실은 이것이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희들을 사랑해. 어머니의 그 편지에 쌍둥이도 그들의 형제도 충격속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극복해간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가가야 하는 진실 앞에서 망설이곤 한다. 인생이란 긴 여정속에서 판도라상자를 마주하고 이것을 열까 말까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회피하거나, 부딪혀보거나. 태도는 두 가지뿐이며, 그것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면의 결과는 한 가지에 국한되어 있었다. 진실을 아는 대가로 주어지는 차가운 절망, 그리고 그에 따르는 후회.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것이 절망으로 남아있지 않을 수 있음을. 그래서 진실을 마주한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거기서 새롭게 치유와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보는 내내 조금씩 불편했고, 보고나서도 마음이 찝찝했다. 하지만, 후에 뒤돌아보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낳는것은 이 영화가 긍정하는 치유의 힘을 엿봤기 때문일것이다. 진실이 주는 절망의 끝,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