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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해간다는 것은

by 김핸디 2011. 10. 3.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해 간다는 것은...
 


주일에 교회에 갔다가 나의 베이비를 만났다. 베이비를 한참 안고 있는데,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그의 작은 머리가 내 어깨에 톡하고 떨어져내렸다. 순간, 이 작고 소중한 생명을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겠다, 라는 비장한 각오같은게 흘러내렸다. 정말이지 그런거였다. 그 녀석의 머리가 내 어깨에 와닿는 순간, 슬로우 비디오처럼 한 생명이 내게 온전히 기대는 순간, 나는 왠지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지켜주고싶다, 라는 강렬한 보호본능이 들끓으면서 말이다.

잠든 아이를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모두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속에 어린시절을 보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꽤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베이비만 해도 그렇다. 엄마 아빠, 나를 포함한 교회의 어른들, 외가와 친가 사람들, 엄마 아빠를 아는 아이의 모든 지인들. 아이를 한번이라도 안아주었던 사람들은 모두 예뻐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을테고, 아기의 모든 행동거지를 주시했을것이다. 그리고, 이 아기처럼 우리들도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몇년간은 지나칠정도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자라왔을것이다.

나의 경우는 더 특별했다고 알고있다. 그건 내가 외가의 첫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 일가의 첫째가 된다는것은 그렇다.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둘, 이모 한명이 나의 탄생에 경이로워했을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이었던 이모는 자신의 친구들을 만날때도 나를 데리고갔고, 외삼촌은 내가 자신의 책상에 똥을 싸놔도 웃으면서 치웠으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온다고 하면 하루종일 안절부절을 못하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생명은, 나라는 존재는 모두의 기쁨이었고 행복이었고 또 감탄이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찌질이라고 칭할때가 많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건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의 그 순간들때문인지도 모른다. 엄마가 10개월을 품고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을때, 내가 뒤집기를 했을때, 눈을 깜빡이며 소리에 반응했을때, 웃어보였을때, 걷기 시작했을때, 엄마 하고 소리를 냈을때, 한글을 읽기 시작했을때, 유치원에 처음 갔을때,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나를 보며 경탄하고 즐거워했을까. 그때마다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나를 꼭 껴안고 내 작은 머리에 입맞추면서.

기억할 순 없지만 모두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었을것이다. 한 없는 사랑을 받았던 때가, 아무것도 하지않고 존재만으로도 감사의 이유가 되었던 때가. 그러니 우리는 모두 얼마나 소중한 인간인가. 적어도 한때는, 우리 모두가 그랬을것이다. 누군가의 사는 이유, 누군가의 웃는 이유, 누군가의 가장 지켜주고 싶은 존재, 누군가의 삶의 전부.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하고 따스한 느낌이 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역시나, 결국엔 누군가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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