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구 백범일지 - 김세라 지음, 팽현준 그림/주니어김영사 |
쪽팔리지만, 나는 '주니어 김영사' 에서 나온 어린이를 위한 고전시리즈의 팬이다. 어린이를 위한건데 왜 니가 읽느냐, 라고 따지면 내가 지적으로 좀 딸려서 '어른을 위한' 고전은 아직 읽기에 벅차다고 솔직히 항변하겠다. 어린이를 위해 나왔다는 이 고전시리즈가 내 정도 수준에는 딱이다. 게다가 이건 만화라 읽기도 쉽다, 흐흐흐.
여튼, 어린이 도서관에서 반나절을 보내다가 즉흥적으로 <백범일지>를 꼽아 들었다. 김구, 김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내가 김구에 대해 아는건 별로 없는것 같았다. 핥. 얼굴을 붉히고 조용히 <백범일지>를 손에 들고 어린이용 책상에 가서 앉았다. 요즘 어린이들의 발육이 좋은 탓일까. 책상과 의자에 별로 배김이 없었다.
김구의 본명은 김창수다. 그는 어렸을때부터 오기와 끈기가 있는 소년이었고, 18살 즈음에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하면서 운동권(?)에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는 일제에 대한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였고, 그래서 소위 '치하포 의거' 라 불리우는 거사를 치루게 된다. 그 거사란것은 다름아닌 왜놈(당시 상황을 고려해서, 그냥 왜놈이라고 칭하겠다. 만화의 내용처럼 왜놈을 왜놈이라고 부르지, 왜님이라고 부를까.)을 단독으로 때려죽인사건이다.
김창수는 그러나 강도로 몰려(이것도 왜놈들의 짓이렷다!) 감옥에 간다. 그러나 그의 올곧은 기강과 기개로 법정에서 당당하게 스스로를 변론하므로 명성을 얻는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깊이 감명하면서 그를 다시 보게된다. 결국, 고종의 명으로 사형중지가 되나 그는 감옥에 계속 있을 수는 없다는 심정으로 탈옥을 감행한다. (여기서 엄청 놀랬다. 탈옥이라니!)
탈옥을 한 그는, 신분이 신분인지라 떠돌아 다니며 중이 됐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글을 가르친다. 그리고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들때까지 팔도를 유람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도움과 깨달음을 얻는다. 3.1 운동이 터지자 상하이로 피신, 후일을 도모하던 백범은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그의 명성에 걸맞는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이 때, 청년 이봉창이 찾아와 거사를 함께 도모하고, 윤봉길의 폭탄 투하 사건도 이루어진다. 이런 저런 항일 투쟁을 하고, 광복군을 조직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광복을 맞게된다. 그리고 27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남북한 통합을 위해 애쓰셨으나, 결국 안두희라는 놈에게 암살당하고야 만다.(나중에 안두희는 잘먹고 잘살다가 몽둥이 세례를 맞고 죽었다고한다.)
여기까지가 크게 훑어 본 <백범일지>의 내용이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님이 자녀들에게 유서로 남기듯 적어내려간 솔직한 자신의 삶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소설을 읽는 듯 재미지는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내가 이 <백범일지>를 통해 느낀것은 인간 김구가 있기까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 이었다.
헌신적이었던 어머니, 대치하는 사이였음에도 그를 거두었던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 그와 함께 팔도를 유람했던 친구, 학식있고 인덕이 있었던 고 선생, 독립운동을 지지하며 세계 곳곳에서 편지와 후원금을 보내온 동포들, 일제의 감시에 쫓길때 도와주었던 미국인 부부, 후에 거사를 도모한 애국의 동지들 등등... 훌륭한 인물 김구 선생의 주변에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가 있었다.
뭉클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많은 타인의 존재가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것이. 김구 선생님은 물론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는 결코 홀로 그 자리에 선게 아니었다. 그를 가르치고, 그를 지원하고, 그와 뜻을 함께한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김구라는 큰 인물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나는 니체의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두었다' 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김구에게 그가 만났던 사람들은 그의 인생의 길섶마다 숨겨둔 행운과도 같았을것이다.
김구, 민족의 지도자.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의 다단했고 파란만장했던 삶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그래도 그의 삶을 돌아보노라니 이러한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에, 만약에... 그가 그렇게 목숨을 잃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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