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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유시민을 만나다, 청춘을 이야기하다.

by 김핸디 2010. 9. 28.


  어제,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유시민 강연회에 다녀왔다. 그는 그의 책 <청춘의 독서>를 주제로, 여러 책들의 이야기와 근황 및 참석자들의 질문에 맞춘 생각들을 들려주었다.  

여러분에겐 자유가 있잖아요, 뭐가 더 필요하죠?

  한 대학생이 '현재 대학은 선배를 상실했다. 선배다운 선배, 배움을 이끌어주는 선배가 없는것이 아쉽다' 라고 의견을 제시하자, 그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80년대 대학가는 선,후배사이의치열한 배움에 대한 열정과 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지만, 그러한 써클없이도 자유가 있는 지금의 대학생이 더욱 더 행복하고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대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해야만 했다면, 이제는 그런 선배나 써클 없이도 혼자 얼마든지 지식을 엮어내릴 수 있는게 현재의 대학생이 아니냐고. 80년대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내심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써클 중심의 토론문화가 부러웠던 내게 '너희는 우리가 없던 자유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 라는 말은 뜨끔하게 많은것을 깨닫게 해 주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었다.

역사의 발전을 보면서 어떻게 진보를 믿지 않을수가 있나요?

  한편, 진보의 신념을 버리고 싶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이 진보의 허망함등을 지적할때는 어떻게 이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는 '진보를 믿지 않는것은 바보들이나 하는짓이다' 라는 요지의 의견을 짤막하지만 강하게 전달해 주었다. 수백년의 역사를 걸쳐오면서 신분제가 폐지되고 여권이 신장되고 하는것들을 볼때, 세상이 점점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진보를 믿지 않는다는것이 가능한것인지 반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잠깐 2012년 대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 원하는 세상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래도 '지금과는 다른 대한민국' 을 원하는 국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난 대선의 '경제를 살리자' 라는 화두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대선 국면이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조심스레 내비쳐 주었다.

  현재 국민참여당의 정책연구를 맡고 있다는 유시민. 스스로는 '현실 정치인' 이라고 칭했지만, 나는 그에게서 아직도 뛰고있는 청년의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그것이 맞았나 하고 다시 들춰볼 줄 아는 이 조심스럽고 신중한 지식 소매상이 있어 다행이다. 자신의 친구들보다 딸의 친구들에게 더 인기가 많다는 그가, 지금처럼만 말이 통하는 꼰대로 살아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