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19 [내 삶의 길목에서] 스무살의 정동진 바닷가 스무살. 입 밖에 소리내어 외치기만 해도 눈부실 정도로 빛났던 나이. 고등학교 3학년의 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던 대학교 1학년의 여름날. 나는 친구 두명과 함께 훌쩍 바다로 떠났다. 무조건 바다를 보자, 라는 호기에 달려갔던 정동진. 여행이라고는 수학여행의 일천한 경험이 다였던 도시촌뜨기들에게 바다를 본다는것은 무조건 강원도에 가는것을 뜻했고, 주머니가 가벼웠던 관계로 무박여행을 가려면 밤 기차로 내내 달리는 정동진밖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마음을 시리게 해줬던 정동진의 일출. 그러나, 여행은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바다를 보고, 일출을 보자! 라는 단순한 목표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여행. 그렇다고 바다에 뛰어들 만용따위도 부리지못할 순진한 세명의 대학 신입생에게는 아무것도 할만.. 2010. 9. 26. 그도 좋고, 그녀도 좋은데 어쩌라구 <푸치니 초급과정> #1. 동성애자는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네가 이성애자가 되고싶어서 된건 아니잖아? 어느 영화 속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에게 했던 대사다. 난 여자 앞에서 홀딱 벗고 서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건 어느 연극 속 동성애자의 대사였다. 나는 그래서 그들을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누군가의 '성 정체성' 이라는게, 내가 받아들이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나의 인정과는 무관하게 그들은 한 인격체로 당당히 존중 받아야겠지만, 그 영화를 보고 연극을 봤던 당시의 나는 그렇게 느꼈었던거다. 아, 동성애자는 동성애자로 태어나는구나. 하지만, 내가 읽은 어떤 심리학책에서는 '동성애가 고착되는 네가지 경우' 에 의해 동성애자는 '만들어진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네 가지경우란.. 2010. 9. 26. 거인의 어깨위에 매달리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임승수 지음/시대의창 흔히들 고전을 읽는다는건 '거인의 어깨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 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한 사람이 혼신을 다해 집필한 고전을 읽는다는건 가치있는 일이다. 그러나 '거인의 어깨 위' 로 올라가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어깨는 커녕 무릎까지 올라가다가도 번번히 미끄러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다면 어떡하지? 방법은 있다. 거인의 어깨위에 매달리는것이다. 어떻게? 이미 거인의 어깨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나는 맑스를 흠모한다. 그의 명저 의 일부만을 전해듣고도 나는 전율에 휩싸였다. 그리고 서점에 을 사러 들렸다. 그런데, 책을 몇 페이지 보다가 나는 하얗게 질리고야 말았다. 과연 아무나 올라갈 수 없는 어깨인것만은 분명해보였다. .. 2010. 9. 22. 나는 왜 광장으로 나섰던가, <추방과 탈주> 추방과 탈주 - 고병권 지음/그린비 1 년전을 기억한다. 내 마음은 하루에도 열 두번씩 시청이나 광화문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결국 참지못해 마음에 맞는 친구 몇몇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축제같은 시위였기에 반은 장난이었고, 반은 진지했었다. 마음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넘쳐났지만, 우리는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즐거웠었다. 그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순간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쁨이었고, 국민의 목소리가 이렇게 커진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때문이었다. 하지만, 촛불은 꺼졌다. 몇 번의 시위참여로 바로 뭔가가 바뀔 줄 알았던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별 변화가 없는 정부의 태도에 당황했다. 이게 먹히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 2010. 9. 22. 이전 1 ··· 163 164 165 166 167 168 169 ··· 18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