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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영화, <시> 인정한다. 나에게 이 영화는 분명 '후광효과' 를 업고 있었음을. 권위 따위에 쉽게 굴복하지는 말자고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었건만, 칸 영화제 수상의 위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흘려야만 했던 눈물과, 음악도 없이 흘러가는 크레딧을 망연히 보며 먹먹했던 가슴은 결코 칸 영화제 수상작에 기댄 감정이 아니었다. 한 인간이 숱한 번뇌와 고민끝에 '자신의 참 목소리' 를 내는 과정은 뜨거운 울림 그 자체였다. 굳이 '칸 영화제 수상작' 이나 '이창동의 작품'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할 이유는 없었다. 주인공 미자(윤정희 분)는 고운 할머니다. 하얀 피부에 스커트자락을 흩날리며, 소녀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팔이 아파 찾은 병원에서.. 2010. 9. 21.
텍스트의 전복, <방자전> 텍스트는 쓰여진다. 그것을 쓰는것은 작가다. 물론, 작품은 독자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텍스트를 구성하는것은 작가고, 작가가 쓰고난뒤의 텍스트는 변하지 않는다. 독자가 아무리 이러쿵 저러쿵 해석의 나래를 펼쳐봤자, 주인공과 그들의 관계는 고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인 김대우는 '쓰여진' 텍스트를 뒤집어 엎는 과감함을 펼쳐보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이 작품은 쓰여진 춘향전을 해석하지 않았다. 그냥 전복시키고 새로운 텍스트를 완성했다. 그래서 영화는 '쾌걸 춘향' 이나 '新 춘향전' 같은 원전에 기댄 제목을 빌리지 않는다. 재구성을 넘어선 스토리텔링. 말 그대로, 의 '탄생'이다. 우리는 늘 주인공에 주목한다. 하지만, 한 사람 한.. 2010. 9. 21.
유쾌한 청년들을 보라, <네이키드 보이즈 싱잉> 지난 주에 연극 수업을 듣는데, 잠깐 노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쌤의 논지란 이런거였다. '노출은 자기 스스로가 즐길 수 있을때만 아름다운것이다'라고.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치마뒤를 무언가로 가리거나, 별로 파이지도 않은 가슴께를 손으로 연실 가려대는 일부 여성들의 태도를 박쌤은 못마땅해했다. 이유인즉슨 여성들은 자신의 그런 행동을 '조신함' 의 상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 가림은 이미 자신의 노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보는 이들에게 오히려 민망함과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반면, 재미교포 출신애들이 인천공항에 방학되면 탱크탑만 입고도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작 그들은 노출을 너무도 당당하게 즐기기에 몸매가 아름답지 않아도 그 태도 자체로 매료된.. 2010. 9. 21.
기분 좋아지는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즐겨보던 드라마, 가 막을 내렸다. 보는 내내 기분 좋았고, 마지막까지 뭉클했다. 매번 울려퍼지는 '컴백 마돈나' 와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기분좋은날' 이나 '회상' 을 들을 수 있어 흥이 났던 드라마.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기 인생' 을 사는 여자주인공을 처음으로 제대로 조명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정이 있는 아줌마건, 돌아온 싱글이건, 이 드라마의 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산다. 그리고 더욱 사랑스럽게도, 자신의 꿈이나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지 않는다. 보는 내내 컴백 마돈나의 팬이 되어버렸던 나에게 그녀들의 마지막 공연은 설사 그게 드라마라 하더래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허둥지둥 살다가 소중한것들을 잃어버릴것 같아서' 자기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에 돌아간 .. 2010.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