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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운명이다> 솔직하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이었다. 서거 이후 한 없는 그리움으로, 혹은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으로, 언제나 기억속에 좋게만 그려지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잘못했다 말했다. 불찰이었다 고백한다.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댓가였다고 성찰했다. 누구에 대한 원망도 없고, 자신을 위한 포장도 없다. 그는 말했다. 그저 운명이었다고.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이 책은 인간 노무현의 출생부터 서거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의 자서전이다. 정치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 노무현을 비추어낸다. 그는 고집이 셌고, 자존심이 강했으며, 강단이 있었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순간이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지내던 순간이든, 대통령이 되어 최고.. 2010. 9. 22.
시련줄게, 행복다오 <슬럼독 밀리어네어> 중학교 1학년때, 우리 중학교를 수석으로 들어왔으며, 아니나 다를까 1등이란걸 놓쳐본적이 없는 친구와 나는 단짝이었다. 당시 반에서 5등을 하던 나로서는 가끔씩 그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맨날 1등만 하느냐' 라며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친구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너 잘 때 나는 공부하잖아.' 물론, 나는 그 말을 듣고도 계속 잤다. 당연히, 나는 계속 5등에 머물렀고, 내 친구는 그 후로도 계속 1등을 하며 공부로 이름을 날렸다. 누군가의 성공을 볼 때 우리는 언제나 '과정'에 주목하기 보다는 '결과'에 주목한다. 걔 이번에도 전교 1등했대, 고승덕은 외시 사시 행시를 모두 패스했다던데, 유수연은 연봉이 10억이래,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로 인생역전했지...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담을.. 2010. 9. 21.
시간에 대한 흥미진진한 고찰, <섬머 타임머신 블루스> 저기 말이지.. 성(姓) 은 바꿀 수 있는건가? 자, 여기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디로 가보고 싶은가. 선사시대? 30년후의 미래? 흔히 타임머신을 생각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엄청난 시간여행을 기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발칙한 이 영화는 타임머신을 고작 '어제' 로 돌아가는데 사용한다. 왜? '어제' 콜라를 쏟아서 에어컨 리모컨이 고장났고, 그 덕분에 '오늘' 한 여름에 살인더위를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어제로 가서, 콜라를 쏟기전의 그 리모컨을 가져올수만 있다면! 지상 최대의 난관 에어컨 고장에 맞서, SF동호회 벌이는 기상천외한 시간여행. 이 영화는 이렇게 타임머신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뒤집어엎는데서 시작된다. 일본영화 특유의 엉뚱함과 재기발랄함으로 이들의 모험담을 지켜보는것은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는 .. 2010. 9. 21.
내 삶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스트레인저 댄 픽션> 어느날 문득 깨닫고 보니, 자신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면?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쥐고 흔들며 개입하고 있다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작가가 정해놓은 이야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의 주인공 트루먼은 자신이 쇼의 주인공이라는것을 안 순간, 멋지게 무대 뒤로 퇴장해 자신의 삶을 살 수가 있었지만 의 주인공은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것을 알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자신은 실제 인물이면서도 가상 인물이기 때문이다. 말이 안되지만, 그런 남자가 있다. 그가 바로 해롤드다. 지난번 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삶은 때때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고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것은 정해져있고, 단지 그 틀안에서 사소한것만이 우리 자신의 온전한 그것이 될 수 있는것이아닐까.. 2010. 9. 21.